(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반도체 기업의 주가보다도 반도체 가격 그 자체를 주시하는 게 좋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이 한마디가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신 총재는 반도체 가격이 교역조건 개선과 국내총소득(GDI)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앞으로 통화정책을 펼 때도 이것을 당연히 주시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수요측 물가 압력이라는 2차 파급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현물가격과 국고채 금리는 어느 정도로 같이 움직이고 있을까.
29일 연합인포맥스가 지난해 4월부터 전날까지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 종합지수(DXI)와 국고채 3년물 민평금리(3사 기준) 추이를 분석한 결과, 두 지표의 상관계수는 0.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XI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동향을 종합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두 지표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DXI는 지난해 4월 5만5천 수준에서 이달 94만4천 수준까지 17배 가까이 뛰었고, 같은 기간 국고채 3년 금리는 2.5%대에서 3.8%대로 130bp 올랐다.
두 지표가 같은 기간 동반 우상향하면서 공통된 추세를 보인 것이 상관계수를 밀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총재가 언급한 '반도체 가격'과 DXI 사이에는 간극도 있다.
신 총재는 같은 자리에서 "반도체 가격이 현물 가격처럼 시장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라며 "그게 일부 낮은 그레이드로 시장에 유통되는 아주 낮은 그레이드로 서베이를 통한 지수는 나오는 데 사실 그게 저희가 지금 생산하는 반도체하고는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DXI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중심의 현물시장 가격을 추적하는 지수인데,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같은 반도체이면서도 스팟시장이 아닌 장기공급계약(LTA) 위주로 가격이 정해져 이 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DXI가 신 총재가 말한 '실제 반도체 가격'의 완벽한 대체지표는 아니지만, 시장 심리와 수급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방향성 지표로서는 여전히 참고할 만하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다.
한은은 금통위 이후인 지난 19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이번 교역 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과거 세 차례 교역조건 개선기는 모두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 하락이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물가 개선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의 내수 파급효과도 과거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의 임금단체협약이 시행되는 내년 정도에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여건 개선과 내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최근 반도체 외 여타 업종에서도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요구가 임단협을 통해 반영된다면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눈에 띄는 대목은 주가와 금리의 관계다.
올해 국고채 금리의 약세 원인으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주된 요인 중으로 하나로 거론된 만큼 최근 조정장이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무렵 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크게 조정을 받는 국면에서도 국고채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DXI가 국고채 금리와 동행한 것과는 다른 지점이다.
주가보다는 반도체 가격이 금리 흐름을 더 잘 설명해주는 셈이다. 이는 지금의 금리 상승이 경기 둔화 우려가 반도체로 인한 성장률 서프라이즈에서 비롯됐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D램 가격 상승 속도 자체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가 지난 20일 전문가들의 예측을 종합한 것을 보면 3분기 D램 가격 상승폭은 18~25%, 4분기 8~1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에는 90~95%, 2분기에는 58~63%가량 올랐다.
실제 시장 데이터를 보면 '감속 신호'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이달 들어서도 DXI는 여전히 강한 상승 탄력을 유지하고 있고, 7월 한 달 등락률만 놓고 봐도 뚜렷한 둔화 조짐은 확인되지 않는다.
신규 설비의 상당 부분이 HBM에 우선 배정되면서 범용 D램 공급 부족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메모리 업황 호조 자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승 속도의 둔화 여부와 무관하게, 반도체 가격의 방향성 자체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반도체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통관수출에 항상 3~5개월 선행했던 걸 감안하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주식시장이 V자로 강하게 반등하지 않는 한 반도체 수출 모멘텀이 올해 말 꺾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자체의 상승 속도는 완만해지더라도 방향은 유지될 것이란 관측 속에 주가 조정이 예고하는 수출 모멘텀 둔화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는 셈이어서,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