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하며 6,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과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점인 '반도체 단일 테마 쏠림'과 글로벌 AI 투자 회의론이 결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단기 조정을 넘어 AI 설비투자(CapEx)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 중국 기업의 추격, 미 기술주와의 지나친 동조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했다는 해석이다.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Rayliant Global Advisors)는 최근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100 지수 간 60일 상관관계가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시장분석기관 푸투럼 그룹(Futurum Group)은 이 같은 동조화 심화를 코스피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짚었다. 푸투럼 그룹은 "한국 증시가 사실상 반도체 지수화되면서 미국 기술주 대비 분산투자 효과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수 절반이 단일 경기순환 테마에 연동돼 있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apEx가 둔화할 경우 여타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해외 IB와 투자기관들은 이번 매도세를 촉발한 구체적인 악재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빅테크발 신용 경계감을 꼽았다.
스탠다드차타드(SC)와 코메르츠방크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및 노광장비 육성 소식이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창신메모리(CXMT) 등의 공급 증가가 장기적인 공급 과잉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반도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산 메모리 부품 구매 승인을 로비 중인 점을 주요 변수로 언급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경계감도 불안을 키웠다. 노무라자산운용은 엔비디아의 7천500억 달러 규모 AI 투자 계획에 대한 우려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신용 위험이 높아진 점을 악재로 짚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크테(Pictet)는 "SK하이닉스가 AI 하드웨어 밸류체인 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최근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심리가 냉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모든 소식을 악재로 해석하는 '패닉 셀링' 양상도 나타났다. 유니온뱅케어프리베(UBP)는 "AI 관련주에 대한 시장 심리가 탐욕에서 공포로 급전환됐다"며 "투자자들이 개별 이슈의 실질적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기보다 매도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퍼스톤 그룹도 호실적 발표를 기다리기보다 앞서 매도에 나서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향후 증시 향방을 두고 해외 시장에서는 확실한 반등 계기가 마련되기 전까지 고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와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은 지출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완화되지 않는 한 주요 기업들의 호실적만으로 추세적 강세 전환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신중론을 유지했다.
다만 과도한 공포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도를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C는 "삼성전자(3.9배)와 SK하이닉스(3.4배)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이 마이크론(6.2배)이나 CXMT(15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며 "현재 밸류에이션 기준으로는 위험 대비 보상 관계가 대폭 개선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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