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제품 일부 하반기로 이월…컨센서스 5%가량 하회
장기계약 확대에 ASP 상승폭 제한…하반기 HBM4 확대가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는 데는 실패했다.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의 출하 확대 시점이 하반기로 밀린 데다 HBM과 일반 D램의 판매 구성이 전체 평균판매가격(ASP)에 영향을 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됐다.
29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올해 2분기 매출은 79조3천187억원, 영업이익은 60조5천42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6.8%, 557.2%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인 매출 83조4천601억원과 영업이익 63조5천525억원에는 각각 4.9%, 4.7% 못 미쳤다.
◇고부가 제품 출하 늦어지고 블렌디드 ASP도 기대 미달
컨센서스 하회의 직접적인 원인은 출하량과 제품 믹스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수요와 중장기 제품 전략을 고려해 HBM과 일반 D램의 판매 비중을 운영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일부 고부가 제품의 출하 확대 시점이 하반기로 이월됐다"고 설명했다.
AI 메모리 수요가 약해졌다기보다 시장이 2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던 고가 제품의 매출 인식 시점이 늦어진 셈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제품의 판매 비중이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전체 D램 제품을 합산한 블렌디드 ASP 상승 효과도 제한됐다.
현대차증권도 실적 발표 전 이 같은 가능성을 짚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비트그로스 전망치를 기존 9.4%에서 8.1%로 낮추고, ASP 상승률도 38.8%에서 32.5%로 하향했다. 이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3.1%, 1.6% 낮췄다. 실제 매출은 현대차증권의 수정 전망치에도 못 미쳤지만, 출하량과 ASP가 동시에 기대를 밑돌 것이라는 방향은 예상된 셈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장기계약은 단기 ASP보다 실적 가시성에 무게
장기공급계약 확대도 단기적인 ASP 상승 폭을 제한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노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5년 장기계약을 원하는 고객이 늘면서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대상 ASP 상승 폭이 시장조사업체의 가격 전망보다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개 고객과 LTA 협상을 마쳤으며, 주요 고객들과 추가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통상 5년이지만, 고객사별로 달라질 수 있다.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단기 계약을 늘리기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과 물량을 장기간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면 당장의 가격 상승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 대신 고객 수요와 실적의 가시성은 뚜렷해진다.
회사가 단기 가격이나 특정 분기의 수익성보다 고객과의 중장기 관계와 제품별 수급을 고려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경우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당시 협의 중인 계약까지 완료될 경우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장기계약으로 묶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현대차증권은 장기계약이 현재보다 높은 가격에서 체결되고 계약 이행 조항도 강화되고 있어 가격 상승세 둔화가 과거처럼 제품가격 하락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도 "단기 시장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고 고객과 당사의 중장기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실적의 예상치 하회는 AI 수요 둔화보다는 고부가 제품의 출하 시점과 판매 포트폴리오, 장기계약 중심의 판매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에 가깝다.
하반기에는 HBM4 공급이 본격화되고 1c나노 기반 일반 D램 출하가 늘면서 비트그로스가 상반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관심도 사상 최대 실적 자체보다 이월된 고부가 제품이 실제 출하로 이어지고 HBM4 비중 확대가 블렌디드 ASP를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 물량과 가격을 협의하고 있으며, 견조한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반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시장 환경도 HBM 가격 협의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반 D램 가격과 수급 상황뿐 아니라 HBM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과 기회비용, 기술적 난이도,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별로 가격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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