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AI 신용 위기를 논할 때 시장은 가장 먼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를 주목한다. 구글(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플랫폼, 오라클 등이 대표 기업이다. 이들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속속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확인되면서 AI 신용 위기론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가장 최근엔 알파벳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우려를 키웠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고 이 중 클라우드 매출은 82%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자본지출도 100% 급증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59억달러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보인 오라클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급락했다. AI 인프라를 위한 자본지출이 매출과 이익 창출,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시장은 투자 과잉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AI의 미래를 밝게 보면서도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건 투자 자금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들 하이퍼스케일러는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수십조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더 들었고 신용 부담이 막대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과도한 수준은 아니란 평가도 적지 않지만, AI 대표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연이어 치솟는 현실은 시장이 체감하는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와 오라클 등의 최근 CDS 프리미엄 급등은 AI 설비투자 과열과 자금비용 급증이 결합한 결과다.
빅테크의 자금조달 문제는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2천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67조 원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한 사례는 AI 산업의 신용 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GPU 구매 자금까지 포함하면 500조 원에 달하는 이른바 크레디트 래퍼(Credit Wrapper) 구조는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가 비상장 AI 기업의 차입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기술 동맹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금리 상승기에 신용을 담보로 한 고위험 금융 실험일 수 있다. 만약 AI 투자 열기가 식거나 수익성이 악화하면 이 구조는 우발채무로 전이돼 빅테크의 재무 건전성마저 흔들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의 경고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AI 열풍의 가장 큰 위협이 사모 신용시장에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 신용펀드에 의존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금리 상승기에 이 펀드들이 유동성 압박을 받게 되면 AI 산업 전체가 신용 경색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투자 과열이 아니라 금융 구조 자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경고다. 사모 신용시장은 은행 규제 밖에서 움직이는 자금이기에 위기 시 충격이 더 빠르고 강하게 전이될 수 있다.
이처럼 AI 산업을 둘러싼 리스크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AI 인프라에 대한 과잉 설비투자와 빅테크의 우발채무 확대, 사모 신용시장 의존, 에너지 인프라 투자 부담 등 여러 층위에서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 이 모든 우려의 근간에는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세가 있다. 글로벌 금리의 대표 격인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압박하며 신용 리스크를 증폭시킨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40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채 공급 과잉은 민간 기업의 자금조달을 압박하는 '구축 효과'를 낳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이는 AI 산업의 자금줄을 더욱 팽팽하게 조이는 이유가 된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것도 단순히 경기 부양 차원이 아니라 AI 산업을 비롯한 자금시장 리스크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미국 금리가 세계에서 가장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곧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글로벌 산업 경쟁력, 특히 AI 투자 지속성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도 반영됐으리라 짐작된다. 트럼프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를 넘어 AI 산업의 자금 리스크가 이미 정책 결정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진짜 AI 산업의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를 예상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 트리거는 분명해 보인다. 우선 미 국채금리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 연 4.7% 수준인 미 10년물 금리가 이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거나 혹여 5%를 넘어선다면 빅테크의 신용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 최근 메타 등 일부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금리가 투기등급채권 수준으로 치솟은 사례도 있다. 버리의 경고대로 사모신용펀드 시장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이 시장이 흔들리면 AI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며 연쇄적인 신용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위기의 전조를 파악하는 방법은 빅테크의 CDS 프리미엄, 미 국채 금리와 회사채 발행 금리 추이, 사모 신용펀드의 유동성 지표 악화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지금은 가능성이 매우 낮은 시나리오가 되고 있지만, 설령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이 위기를 늦춰주거나 없애줄 수 있을 거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단기로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신용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 즉 과잉 투자와 사모 신용시장 의존, 그리고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라는 근본적 요인은 금리 인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에너지 인프라 비용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기술 경쟁의 속도, 그리고 규제 환경이 모두 AI 산업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AI 산업은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그 기반은 결국 금융의 신뢰 위에 세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리라는 금융 변수가 그 신뢰를 흔드는 것은 아닐지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우리는 기술의 진보만큼이나 매크로 환경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편집국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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