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국내 증시가 SK하이닉스의 실적 실망감과 개인의 패닉셀(투매)이 겹치며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1단계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다만 오후 들어 기관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장중 12%에 달했던 낙폭을 절반 가까이 줄인 채 거래를 마쳤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0.42포인트(5.98%) 급락한 5,663.2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43.17포인트(6.12%) 내린 662.6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폭락장의 도화선은 증시 주도주인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60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를 소폭 밑돌았다.
무엇보다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이 대규모 실망 매물을 불렀다.
장기공급계약(LTA)에 대한 설명도 시장이 만족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를 자극했고, 결국 SK하이닉스는 9.61%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5.23%), 한미반도체(-6.63%) 등 대형 기술주 역시 일제히 무너졌다.
대외 악재도 투심을 짓눌렀다. 이란과 미국·사우디 간의 무력 충돌 격화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됐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장중 코스피 지수가 5,260선(-12.08%)까지 곤두박질치자, 상장지수펀드(ETF)의 변동성 확대와 신용융자 반대매매 등 기계적인 청산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 속도를 키웠다. 경제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수급 꼬임과 공포 심리가 '급락이 급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는 '과매도 구간'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기류가 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1조9천766억 원을 투매하며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고, 외국인 역시 1조2천156억 원을 순매도했으나 기관이 무려 3조1천488억 원을 쓸어 담으며 시장 붕괴를 막아섰다.
업종별로는 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된 전기전자와 금융, 운송장비가 낙폭을 축소했다. 폭락장 속에서도 삼양식품(3.13%), 오리온(3.93%), 아모레퍼시픽(2.61%) 등 음식료와 화장품 중심의 내수 방어주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현재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의 7월 월간 하락률은 37.9%에 달해 2008년 10월(-38.4%)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역사적 저점 구간에 진입한 만큼, 점진적인 바닥 다지기와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상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만큼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시장에 머물며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여부 등 반등의 트리거를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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