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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의 시선] '계속 갖고 있으라'던 회장님, 어디 계세요?

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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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다음 달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으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 주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메모리는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라고도 했다. AI가 성장할수록 저장해야 할 기억이 늘어나고, 결국 메모리 수요도 커진다는 낙관이었다.

회장의 자신감만 놓고 보면 주주는 안심하고 주식을 들고 있어도 된다. 그러나 29일 있었던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지켜본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급락했고, 주식 종목토론방에는 회사의 대응을 요구하는 개인 주주들의 호소가 잇따라 올라왔다.

발언하는 최태원 회장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5 xyz@yna.co.kr

이를 단순히 '누구든 나서서 떨어지는 주가를 붙잡아 달라'는 하소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잇따른 호소는 그만큼 이번 컨퍼런스콜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급으로 연봉의 47%를 받았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실적에 대해 기본급의 2천964%에 달하는 역대 최대 성과급을 지급했다. 올해 실적까지 반영되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직원이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보상의 원칙이 직원에게는 숫자와 산식으로 명확한데, 주주에게는 늘 '검토 중'이라는 말로 남는다는 점이다.

주주들이 궁금해한 것은 분명했다. HBM4 이후에도 지금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2027년 HBM 물량과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장기공급계약이 실적의 하방을 얼마나 지켜줄지, 40조원 후반의 설비투자가 언제부터 이익으로 돌아올지였다. 여기에 막대한 현금을 어떻게 주주에게 돌려줄지도 핵심 질문이었다.

손 맞잡은 노사정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20 [공동취재] xanadu@yna.co.kr

실적은 사상 최대였지만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들의 답변은 대체로 익숙했다. 수요는 '견조'하고 고객과의 협상은 '순조'로우며, 투자는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설명이었다. 장기공급계약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7년 HBM 가격과 물량도, 추가 주주환원의 규모와 시점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는 추가적인 주주환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면 연내 시장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컨콜이 왜 이래"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고객과 맺은 계약을 모두 공개할 수 없고 ADR 공모 이후 규제상 제약이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말하지 못하는 정보가 많다면 자본배분의 기준과 발표 일정이라도 분명해야 한다.

이미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같은 장면이 있었다. 회사는 AI 투자와 메모리 업황 하락에 대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금 목표는 구체적이었다. 반면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는 추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을 뿐 방식과 규모,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다. 주총 현장에서는 "돈을 벌면서 왜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느냐"는 항의까지 나왔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오프닝벨'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관계자들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에서 벨을 누르고 있다. 2026.7.10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넉 달 뒤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답은 다시 '검토 중'이었다. 지난 6월 모 언론이 SK하이닉스가 4분기 중 최대 100조원의 주주환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회사는 즉각 구체적 규모와 방식은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주주들이 화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는 임직원 성과급에는 이익을 배분하는 구체적인 공식을 마련했다. 미래 투자를 위해 확보할 순현금 목표도 100조원이라고 명확히 말했다. 그런데 주주에게 돌아갈 부문만 아직 묵묵부답이다. 이미 역대 최대 분기를 몇 차례 연속 경신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은 성장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자본배분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2025년 1분기 2천935억달러로 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도 올해 5월 실적 발표에 맞춰 800억달러(약 117조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한도를 승인하고, 현금 배당도 주당 0.01달러에서 0.25달러로 올렸다.

모든 미국 기업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투자가 우선이라면 필요한 금액과 재무 목표를 설명하고, 목표를 넘어서는 현금을 언제 어떻게 주주에게 돌려줄지 밝히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주주에게 주식을 계속 갖고 있으라고 했다. 그렇다면 회사도 그 믿음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주주에게만 인내를 권하면서 성과의 과실은 직원 보상과 미래 투자에 먼저 배분하고, 주주의 추가 몫은 계속 검토한다면 회장의 낙관은 책임 없는 덕담이 된다.

보유하라고 말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보유한 주주만 남았다.

"회장님, 회장님 어디 계세요?"라고 묻고 싶다. (산업부 부장)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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