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독자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이규선 기자 =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불법 광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 증시 변동성의 진원지로 지목하고 관련 광고를 전면 금지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금융당국의 규제 효력이 국내 운용사에만 미치면서, 국내 금융회사만 엄격한 심사 문턱에 갇히고 미등록 해외 운용사는 무검증 광고를 뿌리는 '규제 사각지대 및 역차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레버리지 전문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등을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내 투자자에게 직접 광고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접점이 높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한국어 안내 표기나 썸네일을 활용해 타깃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관계기관은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는 한편 이미 상장된 상품에 대한 증권사·운용사의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즉시 금지했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정식 등록을 거친 국내 운용사만 규제를 받고, 미등록 해외 운용사는 법적 심사망을 빠져나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같은 규제 공백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금융투자협회의 '사전 광고 심사 체계' 구조에 있다. 자본시장법 제57조에 따라 국내 금융투자업자가 투자권유광고를 할 때는 금투협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이 심사 대상은 '금융위에 등록된 상품 및 회원사'에 한정된다. 금융위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해외 ETF는 애초에 금투협 광고 심의 신청 자격조차 없어 규제망 자체를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자본시장법 제279조는 외국 집합투자기구가 집합투자증권을 국내에서 공모 판매하려면 반드시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외국 운용사가 국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홍보를 집행하는 행위는 무인가 투자권유 및 미등록 공모 행위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위에 등록을 하지 않은 펀드는 국내에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며 "해외 미등록 ETF는 광고 심의 대상 자체가 아니므로 유튜브 등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 자체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에 대해 역차별 구조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는 유튜브 영상 하나를 올릴 때도 사내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승인은 물론 금투협의 사전 심사까지 일일이 다 받는다"며 "해외 운용사들은 컴플라이언스 검증조차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학개미의 레버리지 ETF 쏠림 현상이 큰 상황에서 이 같은 무검증 해외 광고는 투자자 피해를 키울 우려도 있다.
연합인포맥스 ETP 기간매매동향(화면번호 7131)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일부터 지난 29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약 5조7천억원어치 순매수해 전체 ETF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약 3조7천억원),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약 3조2천억원) 등 순매수 상위권 대부분을 레버리지 상품이 독식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서학개미의 레버리지 사랑은 거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50개 종목 중 고위험 레버리지 ETF에 유입된 자금만 수십조 원에 달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품의 보관금액은 약 46억2천162만 달러(약 6조3천900억원·7위)에 달하며, 나스닥100 3배 추종인 상품도 약 38억773만 달러(약 5조2천600억원·9위)에 이른다. 나스닥 2배 추종 상품(17위·약 24억2천988만 달러)과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상품(30위·약 10억8천664만 달러) 등 고위험 상품에 자금이 매몰돼 있다.
이처럼 서학개미의 고위험 상품 노출도가 큰 상황에서 해외 레버리지 광고가 방치된다면 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국내 자금의 해외 이탈과 투자자 손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광고가 유통된 플랫폼인 유튜브 측은 연합인포맥스의 질의에 대해 "광고주에게 자사 광고 정책과 관련 법률·규정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광고는 플랫폼에서 차단될 수 있다"라며 "부적절한 광고가 표시되면 이용자 신고 접수 후 담당자가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bhjeon@yna.co.kr
kslee2@yna.co.kr
전병훈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