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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부동산 '학습효과'와 싸운다던 정부, 또 학습효과 만드나

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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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발언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 시장에서 '학습효과'는 시장 참여자들의 유효한 판단 기준 중 하나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대폭 인상하며 "집을 팔라"고 강력히 압박했다. 당시 시장의 선택은 매도와 버티기, 둘 중 하나였다. 버티던 다주택자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단행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세금 부담을 덜었다. 동시에 집값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시장에 "정부가 압박해도 버티면 결국 이긴다"는 강력한 학습효과가 새겨진 계기였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라고 적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단호히 선언한 배경에도 이 같은 시장의 학습효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는 "정부의 권위는 신뢰와 일관성에서 나온다"며 버틴 다주택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 매각한 사람은 속았다고 정부를 욕할 것이고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것이라고 질타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양도할 때 기본세율(6~45%)에 20~30%가 가산돼 양도세가 매겨진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최대 화두는 단연 양도세 중과였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과거 '버티기'가 승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여전히 시장을 관망했지만, 정부의 잇따른 강경 메시지에 상당수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믿고 매물을 내놓았다.

서울에서는 세 낀 매물이 매매 시장에 나오는 등 다주택자가 보유했던 매물을 내놓는 모습이 관측됐다. 실거주 유예 신청을 동반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 거래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주는 방식으로 세낀 매물도 매매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나서서 강조했던 '일관성'의 유효기간은 채 석 달을 넘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입에서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완화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보유세 강화 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지난 27일 한성숙 국무총리가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토론회에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장기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차등화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보유세 강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거래세인 양도세를 완화해 매물 잠김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은 시장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제언하는 합리적인 방향이다.

문제는 방향성이 아니라 정부의 행태다.

양도세 완화라는 정책 수단 자체가 틀렸다기보다는, "버틴 사람이 비웃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 주는 퇴로를 다시 조율하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셈이 치명적이다.

과거의 '학습효과'와 싸우겠다던 정부가 불과 석 달 만에 정책 번복 시그널을 주며 또 다른 학습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기적인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명분일지라도, 정부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깨뜨리는 행보가 결국 부동산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산업부 한이임 기자)

yyhan@yna.co.kr

한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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