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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의 각도] 환시에 고래가 사는 법

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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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외환시장에 '고래' 한 마리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해외에서 조달한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 내놓은 SK하이닉스라는 새로운 고래.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26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조원에 달한다. 지난 28일에는 하루에만 20억달러 넘는 달러를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억달러는 최근 서울 외환시장 하루 현물환 거래량의 10%를 훌쩍 넘길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월말 수출업체 네고까지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대장주들이 흔들리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4거래일 연속 조 단위로 팔았는데도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해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선 배경이다.

지금 외환시장의 관심은 사실상 고래 한 마리에 쏠려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나 위험회피 같은 익숙한 공식보다 한 기업이 해외에서 조달한 달러의 흐름이 환율을 좌우하는 판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나간 '고래' 한 마리가 끌어들인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지형을 바꾸며 충격을 흡수한 셈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엔화만 봐도 아찔하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3일 163.986엔까지 오르며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원화가 달러 대비 7% 이상 절상된 데 비해 엔화는 0.5%가량 절하됐다.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원화 국제화를 바라볼 때도 생각할 지점이 많아진다. 국내 외환시장은 지난 6일부터 24시간 체제로 전환됐고, 내년 1월에는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의 본격 운영도 예정돼 있다. 한은은 이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노력과 원화 국제화 추진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시장을 바깥과 연결하면 길이 많아진다. 외국인은 한국 자산에 더 쉽게 투자할 수 있고, 국내 기업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기회가 늘어난다. SK하이닉스처럼 거대한 기업이 글로벌 자본시장이라는 바다로 나가면, 국내 시장만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규모의 달러 공급원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바다에는 파도도 있다. 금융시장의 문은 한쪽으로만 열리지 않고, 들어오기 쉬워진 자금은 나가기도 쉬워진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연결이 깊어질수록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빠르게 노출된다.

원화 국제화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원화를 쉽게 조달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되면 원화 자산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반면 향후 비거주자의 원화 조달까지 자유화된다면, 위기 때 원화를 조달해 달러를 사는 경로도 함께 넓어질 수 있다. 들어오는 길은 곧 나가는 길이다. 들어오는 길만 열고 나가는 길만 막을 수는 없다.

외국환거래법 제1조는 대외거래의 자유와 시장기능 활성화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국제수지의 균형과 통화가치의 안정을 요구한다. 시장의 문을 넓히는 것과, 그 문을 통해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결국 같은 작업이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깊어지면 서로 다른 방향의 자금 흐름이 부딪히며 오히려 충격을 흡수하는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이번 SK하이닉스발 달러 공급이 외국인 주식 매도 충격을 상쇄한 장면이 좋은 사례가 됐다. 지난 5월과 6월 흐름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이다.

고래가 사는 바다는 물이 깊다. 작은 파도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고래가 움직이면 바다 자체가 출렁인다. 원화 국제화가 향하는 곳도 결국 더 깊고 넓은 시장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고래를 불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고래가 움직여도 감당할 수 있는 바다를 만드는 일이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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