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연체율 10년래 최고 상황서 차주들만 '비명'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은행권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지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반토막 낸 데 이어 대출금리로 급격히 인상하고 나서면서 가계대출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이미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차주들의 빚 갚기는 더욱 힘겨워졌다. 향후 은행들의 가계대출 건전성도 악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30일 은행권의 올해 2분기 실적 팩트북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2%로 201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의 연체율은 0.48%로, 12년 만에 최고치다. 다른 은행들도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가계대출 연체율이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금리 경로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차주의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금리 인상이 이어진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 29일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으며, 시장에서는 연내 1~2회 추가 인상을 유력히 점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7.6%대까지 올라섰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도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대출금리가 상당한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추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주요 산정 기준인 코픽스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대로 올라서며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픽스 상승이 대출금리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면 기존 변동금리 차주의 이자 부담도 시차를 두고 더욱 커질 수 있다.
더욱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차주가 빠르게 늘면서, 향후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차주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56.1%였으며,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는 77.3%에 달했다. 고정금리 비중은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면서, 총량관리의 영향이 신규·대환 차주의 추가 금리 부담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31일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0.5%포인트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비대면상품에 대한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국민은행은 앞서 주담대 최대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우대금리 조정과 한도 관리가 시행 중인 만큼 일괄 금리 인상 조치를 뒤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극적으로 한도 관리 메시지가 나오는 만큼 은행권도 대출 증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는 더 높은 금리와 줄어든 한도로 돌아올 수 있다.
은행권이 조여 놓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당분간 완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총량관리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대출이 과도하게 풀렸을 때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고 주거 사다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유지하되 핀셋 지원으로 실수요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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