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공시로
금감원, 3개월 논의 끝에 개선안 마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임상시험 성공 확률과 허가·심사 리스크 등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 가정은 수치로 제시하고, 기술이전 계약도 '지금 받는 계약금'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공시마다 제각각이던 기재 방식을 통일하고 연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언론보도로 먼저 알리거나 연구개발 성과를 과장하는 관행도 차단한다.
30일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외부 자문위원 등과 함께 증권신고서, 정기·수시 공시 및 제약·바이오 언론 보도 등 전반에 대해 검토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신뢰성을 높이고 일반투자자가 공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현행 공시 체계에선 투자자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가 꾸준히 지적됐다.
특히 현행 공시는 제약·바이오 회사별 기재 방식의 편차가 커서 투자자들로선 혼선이 많았다. 연구개발 진행 경과, 기술이전 계약 및 임상시험 결과 등에 대한 정보가 여러 공시로 분산돼 있어 일반 투자자가 기업의 개발 현황과 주요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업 가치 산정의 핵심 가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동일한 내용이 공시와 언론보도에서 서로 다르게 전달되는 사례도 많았다. 최근 임상시험 결과나 기술이전 계약 규모 등 연구개발 성과가 과도하게 해석되는 경우도 있었다.
종합개선 방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금감원은 공모가 산정 시 핵심 가정을 구체화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임상시험의 성공 여부, 기술이전 계약의 체결 여부 등 변동성이 높은 미래 이벤트에 따라 기업 가치가 결정된다. 때문에 기업 가치 산정에 사용되는 핵심 가정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성이 있었다.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예상 시장규모 ▲임상시험 성공확률 ▲허가·심사리스크 ▲개발기간 및 소요비용 등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 가정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둘째로 기술이전 계약의 경우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와 판매 마일스톤, 로열티 등을 세부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간은 기술이전 계약은 '총 계약규모'만 강조돼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크게 받아들여지거나, 계약의 실질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특히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인데도 계약 체결과 동시에 모두 수취가 확정된 금액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던 것이다. 이번 개선으로 투자자는 계약 규모뿐만 아니라 지금 받는 돈과 앞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을 구분해 계약의 실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지: 금융감독원]
셋째 정기공시에 파이프라인별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를 신설한다.
이에 따라 현재 개발 중인 제품 뿐만 아니라 과거에 추진 중이라고 공개한 모든 제품군에 대해 개발중단, 기술이전, 허가, 판매까지 전체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최초 계획 대비 일정이 지연된 경우엔 그 사유와 계획을 함께 기재하도록 했다. 이러면 투자자가 연구개발의 진행 상황과 향후 전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대한 지침도 마련했다.
금감원은 중요 정보는 공시를 통해 우선 제공하고, 공시와 언론보도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한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도록 해 언론보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앞으로 언론은 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추가하거나 공시 내용과 상이한 내용을 기재해서는 안된다. 또 과장되거나 주관적인 표현은 지양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수치에 근거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모든 투자자가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양의 정보를 접해야 하는 만큼 특정 투자자에게만 정보를 우선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최종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은 향후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와 논의 후 확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개선방안은 '기업이 말하는 공시'를 '투자자가 이해하는 공시'로 바꾸는 첫걸음"이라며 "금감원은 앞으로도 공시와 언론보도의 일관성을 높여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위험요인을 균형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릴레이 설명회를 열어 개선방안의 조기 정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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