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선 가운데 한국 외환당국도 비슷한 시점에 원화 약세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원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에 대응해 한일 외환당국 간 공조가 강화된 가운데 양국이 실제 시장에서도 동시에 움직인 것이라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외환 공조가 이뤄진 셈이다.
3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밤 달러-엔과 달러-원 환율은 비슷한 시점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오후 10시 30분께 162엔대였던 달러-엔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해 뉴욕 오전 장에서 157엔 아래로 밀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참가자들을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당국의 개입 이후에도 달러-엔이 159엔대로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자 이번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미 재무부 요청으로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트 체크는 실제 시장 개입에 앞서 주요 은행에 환율 수준과 거래 상황 등을 확인하는 조치다.
특히 달러-엔이 급락하기 시작한 시점을 전후해 달러-원도 빠르게 레벨을 낮췄다. 야간 거래에서 달러-원은 1,418원선까지 하락하며 전일 종가 대비 30원 가까이 급락했으며 서울장 대비로는 20원 가량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두 통화가 비슷한 시점부터 동시에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일 외환당국이 원화와 엔화의 과도한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며 긴밀한 공조를 이어온 만큼 양국 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에서도 보조를 맞췄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당국이 직접 엔화 매수에 나선 데 이어 미국 당국이 레이트 체크로 가세했고, 비슷한 시점 원화도 가파르게 강세를 나타나면서다.
최근 SK하이닉스 관련 대규모 달러 공급 등 국내 수급 영향으로 원화와 엔화의 동조성이 다소 약해졌으나 해당 물량이 소진되면 다시 엔화 움직임에 원화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한미일 간 외환시장 공조가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달러-원과 달러-엔이 다소 따로 움직였지만 SK하이닉스 관련 수급이 마무리되면 다시 동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달러-원이 이미 최근 고점에서 상당 폭 내려온 상황에서도 당국의 강한 대응이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딜러는 "현재 수준에서 이 정도로 공격적인 달러 매도가 나왔다는 점은 다소 의외"라며 "당국이 환율을 추가로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일 외환 공조는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 교환과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한 공동 경고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번에는 양국 통화가 같은 시점에 급격히 움직이면서 공조의 범위가 실제 사상 처음 시장 대응까지 확대됐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다만 한국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여부와 구체적인 시점 등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이 실제 시장 대응 시점까지 조율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최근 강화된 양국 외환 공조가 구두 대응을 넘어 실질적인 공동 시장 안정 조치로 발전했다는 의미가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일 한일 당국의 이례적인 대응 이후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도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이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원이 달러-엔 급락과 개입 경계에도 1,420원 부근에선 지지력이 나타나는 모습이었다"며 "오늘 장중 엔화에 대한 추가 개입이 나올지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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