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모일 기준 25일…한국시간 내달 4일 오후 1시 종료
투자설명서 밖 주주환원 언급에 법적 부담…최 회장 직접 주식 매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000660]가 정작 시장의 관심이 컸던 특별배당 등 추가 주주환원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설명서에 담기지 않은 내용을 새로 제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하루 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ADR 공모와 관련된 규제 및 절차상 제약으로 인해, 공모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중요 정보를 현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말씀드리는 데에는 일정 부분 제약이 있음을 양해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배경으로 미국 증권법상 '25일' 기간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ADR 공모 등록신고서는 지난 9일(미국시간) 오전 10시 30분에 효력이 발생했다. 같은 날 공모가격이 주당 149달러로 확정됐으며, 7월 9일자 최종 투자설명서도 SEC에 제출됐다. ADR은 이튿날인 10일부터 나스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증권 인도와 대금 납입은 14일 이뤄졌다.
(서울=연합뉴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서 상장 기념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6.7.11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미국 증권법 시행규칙 Rule 174(d)는 공모일(offering date) 이후 25일간 딜러의 투자설명서 교부의무가 유지되도록 규정한다.
'공모일(offering date)'이란 등록신고서의 효력 발생일과 해당 증권이 실제로 일반 대중에게 공모되기 시작한 최초일 가운데 더 늦은 날을 의미한다. 공모일을 미국 동부시간 7월 9일로 볼 경우 해당 기간은 8월 3일 만료되며, 미국 동부시간으로 8월 4일, 즉 한국시간으로는 8월 4일 오후 1시부터 25일이 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미국 전자연방규정집(eCFR)]
다만 이 규정은 딜러의 투자설명서 교부의무에 관한 것으로, 기간 중 회사 경영진의 발언을 직접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다.
25일 동안 경영진이 새로운 정보를 말해서는 안 된다는 명문 규정도 없다. 법적으로 투자설명서를 교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 역시 기본적으로 공모 주관사와 딜러다.
그럼에도 발행회사는 이 기간에 투자설명서에 없는 중요 정보를 공개하는 데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투자설명서가 여전히 신규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핵심 공모 문서인 상황에서 회사가 그 내용과 다르거나 한발 더 나아간 방침을 발표하면 공모 당시 투자설명서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어서다.
특히 주주환원은 기업가치와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다. 특별배당의 규모나 지급 시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경우 투자설명서에 해당 내용이 왜 반영되지 않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투자설명서에서 실적과 현금흐름 추이를 살피면서 2026년 남은 기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까지 확정해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콘퍼런스콜을 통해 특별배당 등 구체적인 계획을 새로 밝히면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검토' 단계에서 '확정' 단계로 정보의 성격이 달라진다. 계획이 공모 당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돼 있었다면 중요 정보가 투자설명서에서 빠졌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 증권법 제11조는 등록신고서가 효력을 발생한 시점에 중요 사실이 허위로 기재됐거나 필요한 중요 정보가 누락된 경우 발행회사와 서명 임원, 이사, 주관사 등에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모 직후 발표된 새로운 정보가 자동으로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정보가 언제 결정됐는지를 놓고 투자자와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는다.
결국 '25일'은 그 기간에 회사의 발언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라기보다 공모 투자설명서의 법적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는 기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2026.7.11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ADR 상장을 통해 미국 투자자와 직접 대면하게 된 만큼 국내 시장을 상대로 한 과거의 실적 설명보다 공시 문구의 일관성과 법적 책임을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에도 특별배당 가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것은 주주환원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미국 공모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투자설명서의 범위를 넘어서는 발언을 피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의 교부기간이 지난 뒤에는 주주환원 논의의 법적 부담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실제 추가 환원 여부와 규모는 이사회 결정과 투자계획,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공시해야 할 사안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공모 절차에 따른 제약으로 회사가 특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결국 직접 나섰다.
최 회장은 전날 SK하이닉스 주식 3천620주를 장내 매수했다. 당시 종가 기준 약 47억9천만원으로, 50억원 이상 거래에 적용되는 최소 30일 전 거래계획 공시 의무를 피하면서 즉각 매입할 수 있는 사실상 최대 규모다. 회사 차원의 주주환원책을 새로 꺼내기 어려운 시기에 총수가 개인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여 기업가치에 대한 신뢰와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전달한 셈이다.
직접적인 주가 부양 효과에는 한계가 있더라도, 역대 최대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최 회장이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신속하고 상징적인 시장 안정 카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