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구리 캐서 전력망까지…고려아연·LS, 칠레서 '공급망' 잇는다

26.07.31.
읽는시간 0

(산티아고=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와 한국의 제련·전선 기업이 자원에서 전력망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공급망 구축 가능성을 모색했다.

칠레에서 캐낸 구리를 고려아연의 제련·자원순환 기술로 고부가 소재화하고, 이를 LS그룹이 해저케이블과 초고압 전력망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나 공급 계약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한·칠레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료 확보에 머물던 광물 협력을 산업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장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오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산티아고 시내 한 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핵심광물과 에너지·인프라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자유무역위원회를 10년 만에 재가동하고, 투자협력 및 광물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광물 공급망 전반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칠레가 자원을 공급하고 한국이 이를 구매하는 기존 교역 구조를 넘어 정보 교환과 기술협력, 인적 교류, 기업 투자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칠레는 전 세계 구리 광산 생산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칠레동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5년 1~7월 기준 칠레의 세계 구리 광산 생산 점유율은 22.8%에 달했다. 리튬도 세계 최대 수준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서 고려아연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칠레에서 직접 진행 중인 사업은 없지만 아연과 연 중심의 전통 제련사를 넘어 구리와 니켈, 배터리 소재, 자원순환을 아우르는 종합 핵심광물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여기에 페루 파차파키 광산 인수 경험도 있어 남미 자원개발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아연의 강점은 광산 자체보다 광물을 여러 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고순도 소재로 바꾸는 제련 기술에 있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정광뿐 아니라 제련 잔재물과 전자폐기물 등 2차 원료를 활용해 구리와 은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더불어 구리는 전량 재활용 원료를 통해 생산하고 있으며, 전자폐기물과 태양광 폐패널, 폐배터리 처리 능력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니켈 제련과 전구체, 리튬 회수, 전해동박을 잇는 밸류체인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 케이잼을 통해 기존 구리 동박보다 원가와 중량을 낮출 수 있는 복합동박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칠레의 구리와 리튬이 고려아연의 제련·재활용·배터리 소재 기술과 만날 경우 단순한 원료 도입을 넘어 현지 가공이나 공동 기술개발까지 협력 모델을 넓힐 수 있는 셈이다.

LS그룹은 이 공급망의 수요처이자 완성 단계에 가깝다.

전선의 핵심 원료인 구리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초고압 송전망 투자가 늘어날수록 수요가 확대된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지역과 소비지역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해저케이블에는 막대한 양의 구리가 필요하다.

그룹 내 핵심 자회사인 LS전선은 최근 AI와 전력망 투자 확대를 타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수주잔액은 7조6천3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고, 미국 버지니아주에는 오는 2028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현지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멕시코 생산법인에도 2천300억원을 투자해 미국과 멕시코를 연결하는 북미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생산뿐 아니라 포설과 유지보수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은 차세대 대형 포설선 건조에 착수했고, 기존 포설선의 적재 능력도 확대해 대규모 해저 전력·통신망 사업에 대응하고 있다.

LS전선은 케이블 설계와 생산, 시공,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일괄 수행 체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칠레는 LS그룹에 원료 공급처인 동시에 잠재적인 인프라 시장이다.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산업과 도시로 보내기 위해서는 장거리 송전망과 해저·지중 케이블 확충이 불가피하다. 칠레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을 국가 전력시스템에 연결하기 위한 송전망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정상회담의 성과가 곧바로 기업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칠레 리튬 개발은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협력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고, 일부 전략 염호에서는 국가의 참여 비중도 높다. 광산 개발에 수반되는 용수와 환경 문제, 지역사회 동의, 장기간의 인허가 절차도 넘어야 할 과제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는 MOU 체결 자체보다 칠레의 광물을 한국의 제련·소재 기술과 연결하고, 다시 글로벌 전력망 수요로 이어지는 실제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광물에 기술을 입히고 LS전선이 이를 산업 인프라로 잇는다면 한·칠레 협력의 공식도 자원을 단순히 사고파는 관계에서 공급망을 함께 만드는 관계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발언

(산티아고<칠레>=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한 호텔에서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31 xyz@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정지서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