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구체적이었던 삼성전자…규제에 조심스러웠던 SK하이닉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역대급 2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시장은 실적의 세부 내용에 관심을 집중했고 이를 시장에 전달하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양사의 소통 방식에 미묘한 온도 차가 나타났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과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재확인하는 데 주력했다면, 삼성전자는 장기공급계약(LTA)과 HBM, 파운드리 등에서 구체적인 수치와 시간표를 제시하며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 주주환원 정책 결정 과정 공개한 삼성전자…원론에 그쳤던 하이닉스
31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양사의 차이가 뚜렷했던 대목은 주주환원이었다.
삼성전자의 현행 주주환원 정책은 올해 말 종료된다. 매년 9조8천억원을 정규 배당하고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특별배당을 포함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2027년 이후 적용할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경영진과 이사회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정된 규모나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내용을 주주들에게 "곧" 공유하겠다고 했다. 특별배당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고 정책 검토 과정까지 설명했다는 점에서 발표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주려 한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SK하이닉스의 현행 주주환원 정책은 2027년까지다. 연간 주당 1천500원을 고정 배당하고 재무구조와 현금창출력 등을 고려해 추가 환원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관심은 차기 정책보다 키옥시아 지분 매각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확보한 현금을 활용해 특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추가 환원에 나설지에 쏠렸다.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식의 추가 환원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ADR 공모 과정에서 공개하지 않은 새로운 중요 정보를 추가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제약을 들며 확정된 방안을 "연내" 시장에 공유하겠다고 했다.
역대 최대 실적과 대규모 현금 유입을 고려해 즉각적인 환원책을 기대했던 시장에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장 주목한 LTA…삼성은 목표비중·선취금 진척도까지 공개
LTA에서는 양사 모두 과거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핵심 고객을 포함해 10여개 고객과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주요 고객들과 추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은 통상 5년을 기본으로 가격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와 구매 약정, 예치금 등 계약 이행을 뒷받침하는 재무적 장치를 포함했다.
다만 전체 판매에서 LTA가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적의 하방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계약 고객 수에 더해 생산능력에서 LTA가 차지할 비중까지 제시했다.
주요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과 계약을 완료했고 AI 관련 대형 고객 5곳과도 협상 완료 단계라고 밝혔다.
진행 중인 계약이 마무리되면 현재 중장기 생산 계획상 D램과 낸드 생산능력의 60~70%를 다년 공급계약으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 규모의 선수금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이미 받았으며, 범용 제품에는 미래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하한 가격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양사 모두 고객 수와 계약 기간, 예치금 등 LTA의 기본 구조를 공개했지만, 삼성전자는 전체 생산능력에서 차지할 목표 비중과 선수금 수취 진척도까지 수치화했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하이닉스, HBM시장 양산경쟁력·차세대 기술 내세워
HBM에서도 양사의 시장 지위에 따른 설명 방식의 차이가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HBM4를 2분기부터 주요 고객에게 양산 공급하고 있으며, 수율과 품질이 성숙 단계인 HBM3E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HBM4E도 고객 샘플 공급을 마쳤고 2027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열저항을 기존 제품보다 30% 이상 낮추는 iHBM과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기술도 공개하며 기술과 양산, 고객 신뢰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BM 사업의 개선 속도와 매출 기여도를 수치로 제시했다.
하반기 HBM 매출이 전체 D램 매출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HBM 중심으로 D램 사업의 수익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HBM4 공급 확대와 주요 고객 인증을 바탕으로 하반기 시장 입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SK하이닉스가 현재 확보한 양산 경쟁력과 차세대 기술을 내세웠다면, 삼성전자는 HBM이 실제 D램 실적에서 차지할 비중을 제시하며 추격의 성과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도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와 AI·고성능컴퓨팅 고객의 2나노 과제를 수주해 제품 설계에 착수했으며, 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SK하이닉스의 컨퍼런스콜은 이미 확보한 HBM 리더십과 AI 메모리 수요의 지속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는 HBM 추격과 파운드리 회복, 차기 주주환원 등 시장에 남아 있는 질문에 가능한 범위에서 숫자와 시간표를 제시하려는 모습이 강했다.
주주환원에서 확정된 규모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은 같지만, 출발점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 종료되는 현행 정책과 차기 정책을 함께 준비해야 했고, SK하이닉스는 2027년까지 이어지는 기존 정책에 추가 환원을 얹을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역대 최대 실적 이후 추가 환원을 기대했던 시장에는 SK하이닉스의 '연내'보다 삼성전자의 특별배당 검토와 '곧'이라는 표현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콜에 대해 "AI 시대, 삼성의 성장 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해준 실적발표였다"라며 "업계 최대 체급에 기반한 풍부한 현금흐름이 가져올 강력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주주환원이 주가의 빠른 안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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