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1.4조→6천억→?…소송 가능성에 결론 못내는 금융당국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과징금 액수를 대폭 낮춰 금융위원회에 보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안이 한 달 반째 표류하고 있다.
당초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이 보완해 보내면 신속히 검토해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히며 빠른 처리가 예상됐으나 금융위 내부에서 추가 경감을 놓고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하며 결국 7월을 넘기게 됐다.
3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에서 홍콩 ELS 제재안을 의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안을 바탕으로 과징금 수위를 막판 조정하고 있는데, 추가 경감 여부를 놓고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의견과 추가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에 부과할 합산 과징금을 6천억원 수준으로 확정해 금융위에 전달했다. 금융위가 금감원에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을 보완해달라며 재검토를 요청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지난 2월 금융위에 보냈던 1조4천억원대보다 절반 미만으로 줄인 금액이다. 홍콩 ELS 사태 이후 최초 산정했던 약 4조원과 비교하면 6분의 1이 채 안 된다.
하지만 다시 공을 넘겨받은 금융위에서 최종 결론이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과징금을 금감원이 보내온 6천억원 그대로 확정할지, 아니면 추가로 줄일지를 놓고 막판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내부에서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걸로 안다"며 "상반기에도 계속 미뤄져 왔는데 이번에 또 미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가 제재안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서 최종 결론이 9월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8월은 정례회의 휴지기여서 회의를 소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무작정 미룰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임시 회의를 열고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국은 이번 홍콩 ELS 제재가 지난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는 사실상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불완전판매 제재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과징금 수위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금소법 시행 초기 계도기간(6개월)을 어떻게 과징금 산정에 반영하느냐다.
은행들은 계도기간 판매분을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금소법 제정 당시 초기 6개월은 제재보다 계도 중심으로 감독하겠다는 취지의 비조치의견서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홍콩 ELS를 중점 판매한 시점이 계도기간과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이를 제외하면 추가 감경이 가능할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
은행권이 이미 조단위 자율배상을 실시하는 등 사후 수습에 나섰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자칫 이중 제재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금감원이 이를 감안해 과징금을 6천억원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과하다는 의견이 당국과 은행권 모두에서 나온다.
당국으로선 은행들이 제재에 불복해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올해 금융사와의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며 과징금을 환급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적정선을 지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당국이 과징금 규모를 확정하면 법적 기준에 따라 제대로 산정됐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은행 간 금액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사안인 만큼 한 은행이 불복 소송을 결정하면 줄줄이 소 제기가 이어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물론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추후 대응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굳이 당국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면서도 "과징금 산정 근거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추후 배임 우려 등을 고려해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실리와 더불어 정무적 판단도 고려하지 않겠느냐"며 "최종적으로 과징금 규모가 나온 뒤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홍콩 ELS 과징금 경감을 예고하면서 신한은행은 최근 2분기 실적을 결산하며 충당부채 837억원을 환입 처리했다. 가장 과징금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은행은 최종 결론이 나온 뒤 환입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