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르헨 정상회담 결과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오랫동안 기업 투자의 걸림돌로 지목돼 온 이중과세방지협정 문안을 최종 타결했다.
리튬과 구리, 원유·가스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양국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는 시점에 과세권 배분 원칙을 명확히 명문화 함으로써 기업의 세 부담과 투자 불확실성을 낮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31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현지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이중과세방지협정 타결로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이중과세 부담을 줄이고 투자 여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중과세방지협정은 동일한 소득에 한국과 투자 대상국이 각각 세금을 부과하는 일을 막기 위해 어느 국가가 얼마만큼 과세할지를 정하는 조세 조약이다. 배당이나 이자, 사용료 등 가격 변수에 적용되는 원천징수세율의 상한을 두고, 현지에서 납부한 세금을 본국 세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게 골자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한 국가에만 내도록 하는 협정이라기보다 양국의 과세권을 배분하고 중복 부담을 조정하는 투자 안전장치에 가깝다.
세율과 과세 기준을 미리 알 수 있어 기업이 장기 사업의 수익성과 자금 회수 계획을 계산하기도 쉬워진다. 이중과세방지협정이 국경 간 교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100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DTA·Double Taxation Agreement)을 맺어 운영 중이다. 미국 등 OECD 회원국은 대부분 포함되며, 주요 투자·교역국과도 대부분 협정이 발효돼 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남미 국가도 포함돼 있다. 1989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과도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는 지난 1994년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한 이래, 이중과세방지협정만큼은 장기간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2022년 제8차 한·아르헨티나 고위정책협의회에서도 한국 측은 리튬을 비롯한 전략광물 협력 확대를 위해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공식 제기했으며, 2024년에는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국회의장 방문을 계기로 조속한 협정 체결을 직접 요청하는 등 노력을 이어왔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간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까지 한국과의 협정을 '협상을 마쳤으나 서명 전인 협정' 목록에 올려놓고 있었다.
여기에는 양국의 과세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엇갈릴 영향이 컸다.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는 우리나라는 배당·이자·사용료 등에 대한 현지 과세 부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반면, 자원과 시장을 제공하는 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만큼 협정체결의 우선순위 목적이 달랐다는 게 세제당국의 설명이다.
즉, 과세 대상과 세율, 고정사업장의 인정 범위, 조세회피 방지 장치 등을 두고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이 교착 상태를 푸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라 사이에 중요한 이슈를 협상하다 보면 서로 입장이 다르고 각자 입장을 견지하다 보니 사이에서 교착이 된다"며 "정상회담처럼 큰 이벤트가 있게 되면 이를 계기로 다시 협의하고, 받아내야 할 이슈와 내줘야 할 이슈를 교량하기 때문에 협상이 급진전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와 우리 사이의 이중과세방지협정이 그런 경우 중 하나"라며 "서로 큰 틀에서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자는 양측의 의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협정 체결의 후일담을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타결이 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과도 직접 맞닿아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지 '살 데 오로' 프로젝트를 통해 리튬 추출·가공과 상업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위 실장은 "포스코에 대한 이 나라의 세제 관련 혜택도 올해 잘 안 되던 것이었는데 이번 계기로 타결됐다"며 이를 정상회담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했다.
협정이 발효되면 포스코를 비롯해 향후 리튬·구리 개발,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 진출할 기업들의 투자비용과 세무 불확실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장기 자본과 배터리 소재·제련 기술을 유치하는 기반이 강화된다.
다만 문안 타결이 곧 협정 발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식 서명과 양국의 국내 절차, 한국 국회의 비준동의 등 후속 과정이 남아 있다.
위 실장은 "지금 당장 발효되는 것은 아니고 법제처와 국무회의, 대통령 서명, 국회 동의 등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가급적 그 시점을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협정은 단순한 세금 감면이 목적이 아니다"며 "현지에서 사업하는 기업 입장에선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법적, 세제적 인프라가 제도화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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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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