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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부터 리튬까지'…李 남미외교, 시장 개척 넘어 '경제안보 벨트' 구축

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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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순방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멀었던 남미를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브라질의 희토류를 비롯해 칠레의 리튬·구리, 아르헨티나의 리튬과 원유까지 연결하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동시에 한-메르코수르(MERCOSUR) 무역협정 협상 재개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약 2억8천만명 규모의 남미 시장을 겨냥한 통상 네트워크도 다시 짰다.

과거 남미 외교가 자원 확보와 수출시장 개척에 집중됐다면 이번 순방에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첨단산업을 국가 대 국가로 연결하는 '경제안보 외교'의 성격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1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대한민국이 메모리 반도체의 가장 강력한 공급국을 넘어서 거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거듭날 수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美 빅테크에서 南美 광물로…AI 공급망 하나로 연결

이번 순방의 출발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였다.

이 대통령은 현지에서 미국 빅테크와 벤처캐피털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AI를 중심으로 기술·투자 협력을 논의했다. 이후 남미에서는 AI 하드웨어와 데이터센터, 반도체·배터리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에 집중했다.

미국에서 AI의 기술과 자본을 만난 뒤 남미에서는 이를 떠받칠 자원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구조다.

위 실장은 "남미 3국과는 반도체를 포함한 AI 하드웨어, AI 데이터센터 등 AI 공급망 전반에 긴요한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확고히 다져 놨다"고 설명했다.

첫 방문국인 브라질과는 '핵심전략광물에 관한 공동성명'을 통해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 공급망 전 주기에 걸쳐 협력과 투자 기회를 발굴하기로 했다.

칠레와는 광물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주요 리튬 보유국인 칠레의 자원과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제조 경쟁력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마지막 방문국 아르헨티나에서는 핵심광물 협력 MOU를 통해 리튬 탐사·채굴을 비롯한 밸류체인 전반에서 기업 투자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현지에 진출한 포스코의 리튬 사업을 정부 간 공급망 협력으로 확장하고 구리 등으로 투자 대상도 넓힐 계획이다.

결국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를 잇는 남미 핵심광물 공급망의 틀이 만들어진 셈이다.

◇ 브라질은 산업, 칠레는 광물, 아르헨은 에너지…서로 다른 퍼즐

다만 남미 세 나라와의 경제외교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브라질에서는 '산업 협력'에 무게가 실렸다.

양국은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공급망과 방산, 항공우주, 반도체, 에너지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특히 산업기술 협력 MOU를 통해 AI·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를 포함한 첨단 전략산업의 기술 협력을 제도화했다. C-390 수송기를 매개로 한 방산·항공 협력과 브라질 발사장을 활용하는 우주 협력도 추가됐다.

칠레에서는 '광물과 통상'이 핵심이었다.

양국은 10년 만에 한-칠레 자유무역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고 2004년 발효된 FTA의 현대화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디지털 무역과 공급망, 첨단산업 등 20여년 전 FTA에는 충분히 담기지 않았던 새로운 통상 의제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구리와 리튬 공급망을 결합하면서 한국 최초의 FTA 상대국이었던 칠레를 첨단산업 공급망 파트너로 재정의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자원과 에너지'가 중심축이 됐다.

리튬 공급망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산 원유의 국내 도입을 위한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바카 무에르타를 중심으로 원유·가스 생산을 확대하는 아르헨티나를 중동에 편중된 한국의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할 새로운 공급처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 멈췄던 통상외교도 재가동…메르코수르 협상 연내 재개

이번 순방의 또 다른 축은 통상 네트워크 복원이다.

한국은 메르코수르와 2018년 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해 2021년까지 7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후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메르코수르의 양대 경제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잇달아 방문해 협상 재개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다.

위 실장은 "메르코수르를 주도하는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연내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며 "협정이 체결되면 약 2억8천만명 규모의 남미 시장에서 자동차와 전자, 기계 등 국내 기업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칠레에서는 기존 FTA를 현대화하고, 브라질에서는 경제·통상위원회를 가동하며, 아르헨티나에서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최종 타결했다.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것을 넘어 투자와 세제, 공급망까지 남미와의 경제협력에 존재했던 제도적 장벽을 동시에 낮추는 접근이다.

◇ 남미, '먼 시장'에서 경제안보 파트너로

결국 이번 남미 3국 순방을 관통한 키워드는 '재정의'다.

브라질은 거대한 소비시장에서 첨단산업과 희토류·에너지의 공동 파트너로, 칠레는 한국 최초의 FTA 상대국에서 리튬·구리를 연결하는 공급망 파트너로, 아르헨티나는 포스코가 투자한 리튬 생산국에서 원유와 가스까지 아우르는 자원·에너지 파트너로 각각 협력의 범위가 넓어졌다.

브라질의 희토류와 칠레의 구리·리튬, 아르헨티나의 리튬·에너지를 한국의 AI·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 경쟁력과 연결하고, 이를 FTA와 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이라는 통상 네트워크로 뒷받침하는 구조다.

위 실장이 이번 순방을 두고 "남미 경제대국으로 우리 상품의 시장을 확대하고 교역과 투자, 에너지 수입원의 다변화를 위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남미가 한국 외교에서 지리적으로 먼 '시장'과 '자원 공급처'였다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첨단산업과 에너지, 공급망을 함께 설계하는 경제안보 파트너로 성격이 달라진 셈이다.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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