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는 구조적 문제…180엔까지도 열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일본과 미국이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공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개입은 2거래일 연속 이뤄져 양국 정부의 엔화 가치 방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지지선을 형성할 수 있으나, 추세적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일본의 막대한 부채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며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화면 번호 6411)]
◇ 이례적인 연속 개입…FOMC 후 달러 약세가 '절호의 기회'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 당국은 30일에 이어 31일에도 환시 개입에 나서며 엔화 가치 방어에 집중했다.
달러-엔 환율은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장 초반 160엔 중반대까지 오르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퍼지자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미국 동부시간으로 늦은 오후부터 달러-엔은 엔화 강세를 반영하며 157.2엔 근처까지 내려갔다.
이번 개입의 특징은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29일까지 열린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가 동결되며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매도되고 있었다. 엔화 매수 개입에 효과가 나타나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의미다.
엔화 순매도 포지션도 커지고 있어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한 반대매매로 엔화를 매수하는 움직임도 유도하기 쉬웠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집계한 헤지펀드 등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확대되고 있었다. 21일 기준으로는 15만계약, 약 1조9천억엔으로 2024년 7월 정점인 18만계약에 가까워졌다.
크록타워그룹의 에릭 워럴스타인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FOMC 이후 달러 약세가 진행된 시점에서 (개입의)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며 "미국과 일본 당국은 지금까지 개입 효과가 일시적이었던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래서 미국에서 필요하면 실탄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타이밍은 성공적, 효과는 제한적"
그럼에도 개입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워럴스타인 전략가는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등 정책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속성은 제한적"이라며 "어디까지나 응급조치다"라고 진단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연구원은 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엔화 약세 압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부채다"라며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효과는 일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입이 효과를 발휘하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 확대는 일본에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 140엔부터 180엔까지…엇갈리는 엔화 전망
엔화 가치의 향방은 글로벌 정세를 비롯해 일본은행(BOJ)의 금리에 따라 갈릴 것으로 관측됐다.
워럴스타인 전략가는 "BOJ가 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에 가깝게 끌어올리고, 국제 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이전 수준까지 하락한다면 달러-엔은 155엔 부근에서 안정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제지표가 둔화하고, 일본의 인플레이션까지 가속할 경우 양국의 금리차 축소에 대한 인식이 강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달러-엔은 일시적으로 140엔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브루킹스의 브룩스 연구원은 보다 비관적인 입장이다.
일본의 공공부채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워 구조적인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브룩스 연구원은 "일본정부가 공공부채 감축과 같은 극적인 조치가 없다면 엔화 약세는 더욱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1달러에 170엔, 장기적으로는 180엔까지도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배녹번캐피탈마켓츠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 전략가 역시 "달러-엔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정책 전망이나 유가 상승, 중동 정세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와 금융정책 향방 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기 때문에 달러가 추가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시 수석 외환 전략가는 "추가 개입의 시기와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 달러-엔은 160엔대에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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