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미국 기업공개(IPO) 조달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운데, 시장에서는 보호예수(락업)가 끝나는 내년도 수급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으로 일정 수준의 물량은 받아낼 수 있으나, 락업이 대거 해제되는 내년에는 시장 대응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업의 주식 발행 규모는 약 7천억달러로 추산됐다. IPO와 유상증자, 전환사채(CB),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모두 합친 수치다.
액수만 보면 크지만 시장 전체에 견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벤 스나이더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올해 주식 발행 규모는) 러셀3000 시가총액의 약 1%에 불과하다"며 "2015~2019년 평균과 같은 수준이고, 2021년의 약 1.5%나 닷컴 붐 정점의 2%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상장된 규모도 사실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락업이 풀리더라도 기업 측에서 이를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는 게 스나이더 전략가의 진단이다.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 발표액은 연초 이후 9천600억달러로 사상 최대 속도를 기록 중이다. 엔비디아 한 곳만 해도 최근 매입 한도를 800억달러 늘렸다.
스나이더 전략가는 "올해 총 자사주 매입 규모를 약 1조3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이 정도면 기업의 직접 발행과 락업 해제에 따른 잠재 공급을 합쳐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물량이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골드만삭스]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명예교수도 "미국 상장기업들은 최근 몇 년 연간 약 6천억달러의 배당과 약 1조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해왔다"며 "매년 재투자돼야 할 1조6천억달러의 현금에 비하면 IPO 시장은 가용 자본의 일부만 흡수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식시장의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심각한 소화불량이 생길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부연했다.
변수는 올해 상장된 주식들의 락업이 풀리는 내년이다. 통상 락업 기간은 상장 후 약 6개월이다.
스나이더 전략가는 "올해 상장된 물량의 락업이 만료되는 2027년에는 셈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수급 균형이 분명히 나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상장할 때 즉시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은 일부에 그치고, 나머지는 락업에 묶인다. 이 락업이 풀리면 유통 주식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스나이더 전략가는 "최종적인 공급 영향이 분명해지기 전에는 매수를 꺼리는 투자자들이 있어 보인다"며 "신규 주식의 상장 직후 성과가 눈에 띄게 나빠진다면 이는 시장이 수급 균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스나이더 전략가는 "공급이 너무 많아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향후 발행을 제약하며 스스로 교정된다"며 락업 매물이 시장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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