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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만 만나는 외교는 끝났다…李 순방이 보여준 '기업형 경제외교'

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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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미국·남미 순방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경제외교의 상대와 방식이 달라진 데 있다.

과거 정상외교가 국가 대 국가 간 합의와 공동성명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순방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고,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업들이 수년간 풀지 못했던 투자·세제 현안을 해결하는 장면이 잇따랐다.

외교의 단위가 '국가'에서 '기업과 공급망'으로 세분화되고, 정상회담은 선언을 만드는 자리에서 사업의 장애물을 걷어내는 협상 수단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순방 첫 일정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이런 방식을 분명히 했다.

AI 서밋 참석에 앞서 미국 빅테크와 벤처캐피털 업계 CEO들을 잇달아 만나 기술·투자 협력을 직접 논의했다. 국가 정상을 만나지 않는 도시를 순방의 첫 방문지로 선택하고 민간 기업인들과 장시간 협의를 이어간 것 자체가 기존 정상외교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대통령이 기업을 만나는 목적도 단순한 투자 유치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한국을 메모리 반도체 강국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고, 미국에서는 기술과 자본을, 남미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핵심광물과 에너지를 연결했다.

브라질에서는 희토류 등 핵심전략광물 공급망 협력을 제도화했고, 칠레에서는 구리와 리튬을 중심으로 광물자원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리튬 공급망 협력에 더해 원유·가스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샌프란시스코의 빅테크 CEO와 남미의 광물·에너지 정상외교가 사실상 하나의 AI 공급망 전략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순방의 또 다른 특징은 정상회담이 기업 현안을 실제로 푸는 '협상 촉진제'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헨티나다.

양국은 장기간 협상이 이어졌던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종 타결했다. 포스코가 현지에서 추진하는 리튬 사업과 관련한 세제 혜택 문제 역시 그동안 진전을 보지 못하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해결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를 두고 "나라 사이에 중요한 이슈를 협상하다 보면 서로 입장이 달라 정체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상회담 같은 큰 이벤트가 있게 되면 서로 받아낼 것과 내줄 것을 다시 조정하면서 협상이 급진전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외교가 공동성명 한 줄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비용과 투자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작동한 셈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의 아르헨티나산 원유 시범 도입이라는 개별 기업의 거래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부 간 에너지 공급망 협력으로 격상됐다. 향후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와 원자력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하면서 민간 거래에 국가 간 협력의 안전판을 덧댔다.

이 같은 경제외교의 변화는 기업인들의 순방 동행에서도 드러난다.

포스코와 고려아연, LS, 현대자동차, 한화오션, 네이버, SK바이오팜 등 사절단에 포함된 기업들은 단순한 수출기업이라기보다 반도체·배터리·전력망·방산·AI 등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보는 분야와 맞닿아 있다.

특히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브라질·칠레 일정을 동행한 것은 이번 순방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브라질의 철광석·희토류, 칠레의 구리·리튬, 아르헨티나의 리튬을 연결하면 포스코가 철강을 넘어 전략자원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사업 전략과 정부의 공급망 외교가 거의 겹친다.

통상외교 역시 과거보다 기업 현장에 가까워졌다.

메르코수르와는 중단됐던 무역협정 협상을 연내 재개하기로 했고, 칠레와는 20여년 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디지털·공급망 시대에 맞게 현대화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이중과세방지협정, 식품시장 진입 절차 개선 논의까지 포함하면 관세뿐 아니라 세제·검역·투자 규제까지 기업이 실제 부딪히는 장벽을 정상외교 의제로 올린 것이다.

결국 이번 순방에서 나타난 경제외교의 변화는 '누구를 만났느냐'와 '무엇을 남겼느냐' 모두에서 확인된다.

이 대통령의 외교 상대는 다른 나라 정상에 머물지 않고 빅테크 CEO와 투자자, 현지 기업으로 넓어졌다. 정상회담의 성과 역시 선언적 협력에서 기업의 세금과 투자, 원료 확보, 시장 접근 문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AI와 반도체, 배터리처럼 하나의 산업이 여러 국가의 기술·자본·광물·에너지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시대에는 경제외교 역시 국가 간 관계만으로 완결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기술과 자본을 만나고, 남미에서는 광물과 에너지를 확보하며, 정상회담에서는 기업이 막혀 있던 규제와 세제 문제를 푸는 방식이 활용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대통령의 일정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번 순방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외교가 정상 간 친교를 넘어 기업의 사업과 공급망을 직접 연결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귀띔했다.

이재명 대통령 '글로벌 AI 리더들과 함께'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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