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세미나…"협력적 관여, '관계 법령 준수' 단서에 발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가 10년 만에 전면 개정에 들어갔지만, 자본시장법이 그대로인 한 이번 개정의 간판 격인 '협력적 관여'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주주총회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상황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토론자로 나선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각기 다른 소재를 들고 나왔지만 결론은 한 곳으로 모였다.
개정 코드는 지난달 24일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 의결로 시행됐고, 참여기관 적용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적용 자산군을 채권·인프라·부동산 등으로 넓히고 점진적 관여와 투자 철회를 명시했다.
문제로 지목된 것은 안내 지침 4-5다. '기관투자자는 필요하다면 관계 법령을 준수하며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회사와의 건설적인 대화 등의 관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협력적 관여를 처음 인정한 대목이다. 코드는 도입 목적에서도 기관투자자가 직면할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 당국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공동보유로 묶이면 경쟁사 매매 내역까지 알아야"
윤상녕 트러스톤자산운용 인게이지먼트팀장은 변동보고 의무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3%씩 보유한 기관 세 곳이 공동보유로 묶이면 합산 9%가 돼 보고 의무가 생기는데, 이후 각자 0.4%씩만 사도 합산으로는 1%를 넘겨 변동보고 사유가 발생한다.
윤 팀장은 "법을 지키려면 다른 운용사의 보유 수량과 매매 시점, 거래 규모를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상대방의 영업비밀을 달라는 것과 같아 기관투자자 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내놓은 법령해석집도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해석집은 기관투자자 간 협의에 대해 '합의나 계약으로 간주될 수 있는 대화가 있을 경우 의결권 공동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윤 팀장은 "어디까지가 합의로 간주되는지 기준을 몰라서 해석집을 보는 것인데 같은 말이 적혀 있는 셈"이라며 "대화 내용이 사후적으로 어떻게 해석될지 예측할 수 없어 준법감시 부서를 설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투자자 간에 의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모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형사처벌 우려에 현장 의결권 제한까지…"소송 이겨도 실익 없어"
제재의 과도함도 지적됐다. 형사처벌 위험이 대표적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경험을 들어 "대량보유보고 위반 안건이 자주 올라오고, 사안의 성격에 따라 검찰에 통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시 의무 위반이 형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윤 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잘못 걸리면 형사처벌을 당한다는데 그런 리스크까지 감수할 생각은 없다'며 물러선다"고 전했다.
회사가 주주총회 현장에서 법원이나 금융당국의 판단 없이 곧바로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올해 3월 A상장사의 주주총회에서는 21.6%의 지분을 모은 측이 공시 이전부터 공동보유 관계가 있었다는 회사 측 주장에 따라 현장에서 5%로 제한당했다. 2023년 9월 M상장사에서도 19.9%를 확보한 운용사가 같은 방식으로 제한을 받았다.
윤 팀장은 "결의 취소 소송에서 이겨봐야 주총은 이미 끝난 뒤"라며 "회사는 표를 세어보고 질 것 같으면 어떤 명분을 대서라도 5% 제한을 건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 목적을 '지배'와 '관여'로 분리하고, 코드 참여 기관이 개별 안건에 한정해 협력하는 경우 공동보유에서 제외하는 안전지대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주총 시계는 회사 편…외국인은 표 낼 시간조차 없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도의 구조적 불공정을 짚었다. 권유 공시에는 안건이 담긴 위임장 용지를 첨부해야 하는 탓에, 주주제안 측은 회사가 소집공고로 안건을 확정하기 전에는 아예 공시를 낼 수 없다.
회사가 주총 2주 전 소집공고와 권유 공시를 동시에 내면, 주주제안 측은 그다음 날에야 공시할 수 있고 여기에 2영업일의 냉각기간까지 붙는다. 회사가 수요일 공시 마감 직전 소집공고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회사는 곧바로 주말부터 위임장을 걷을 수 있는 반면 주주제안 측은 그다음 주 화요일에야 움직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B상장사 사례를 들어 "회사가 오후 5시 53분에 공시를 올리면 전자공시 마감(오후 6시) 전까지 아무리 서둘러도 맞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 기관은 통상 주총 10일 전후로 의결권 행사를 마감하는데, 주주제안 측 안건 설명서가 나올 무렵엔 이미 표가 넘어간 뒤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유라 ACGA 이사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애널리스트가 전자공시의 간단한 공시만 보고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영문 공시 등 정보 접근성 개선을 요구했다.
이 밖에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는 상장사 주주제안 요건(지분 1%,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은 0.5%)을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수준인 0.1%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총 소집기간 6주 ▲5%룰상 협력적 관여 허용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포럼 차원의 요구로 제시했다.
[연합뉴스TV 제공]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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