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신임 수장인 케빈 워시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유가와 기술주 폭락 등 복합 악재가 미국 경제를 습격할 경우 연준의 모호한 소통 방식이 오히려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영국 경제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2일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평상시라면 워시 의장의 모호한 태도가 대출 금리를 약간 올리는 정도의 영향에 그치겠지만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질 경우 연준의 소통 부재가 시장을 심각한 패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중앙은행이 시장을 일일이 안내하기보다는 시장 스스로 경제 상황을 평가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불안감을 느낀 시장이 즉각 반응하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7%를 돌파해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금리 변동성에 민감한 기술주들이 흔들렸다.
현재 미국 경제 앞에는 복합적인 위험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발생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급락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인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급격한 손실을 입고 자산을 대형 펀드인 시타델에 헐값 매각하며 청산됐다.
기술주 하락세가 심화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과 함께 달러화 자산 전반에 대한 투매 현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도 거세다.
이란과의 휴전이 깨진 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송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8달러 선까지 치솟았고, 미국 내 가솔린 가격도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며 소비심리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시적 관세 권한 만료 이후 캐나다와 브라질 등에 더욱 가혹한 신규 무역 장벽을 세우면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준에 가장 까다로운 상황은 증시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유가 상승과 관세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는 경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원칙대로라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올릴 경우 백악관과의 마찰 가능성이 있고, 연준 독립성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이 직접 금리를 올리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의지만 강하게 피력하는 방식으로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유도해 시장 스스로 긴축 효과를 내도록 만드는 '대리 긴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평상시에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베팅이 유효할 수 있지만 중앙은행의 진짜 평판은 실제로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결정된다"며 "워시 의장의 모호한 통화정책 실험이 실패할 경우 미국 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가 혹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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