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어센드 시리즈로 딥시크 구동
10년간 연구개발에만 290조원 투입
출처: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華爲)는 회사명에서 그 지향점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중국을 뜻하는 중화(中華)의 한자 화(華)와 '~을 위하여' 또는 '~을 이루다'라는 뜻의 한자 위(爲)가 합쳐진 게 회사의 이름이다. '중국을 위하여'가 회사의 정체성으로, 국가의 민족주의적 발전 담론과 회사의 성장 목표가 같은 게 화웨이다.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1987년 중국 남부 기술도시 선전에서 화웨이를 창립한 이후 외국기업에 맞서 통신장비·스마트폰 등을 국산화해오는 데 앞장 선 인물이다. 런정페이의 화웨이가 반도체 수출 제재에 시달리는 '중국을 위하여' 인공지능(AI)용 칩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화웨이는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통신장비·스마트폰 등에서의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경쟁하는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ICT 분야의 국가대표 기업에서 중국 반도체 가치사슬을 총괄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통신장비·가전뿐만 아니라 반도체까지 아우르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점점 더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미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자립화 가속
화웨이가 반도체 사업에 속도를 내게 된 계기는 미국의 규제다. 중국과 기술·안보패권을 다투는 미국 행정부가 2022년 엔비디아 A100·H100의 중국 수출을 막았고, 2024년에는 A800·H800의 수출도 금지했다.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H20을 중국에 팔려고 했으나 2025년 말 이마저도 통제를 받았다. 엔비디아는 의도치 않게 중국 AI 칩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을 수밖에 없었고, 그 빈 자리를 화웨이 같은 신규 진입자가 채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컨설팅기업 올브라이트 소톤브리지는 H20 통제에 관해 "화웨이의 어센드 910C GPU가 중국 AI 모델 개발자와 추론 기능 배포를 위한 주요 하드웨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화웨이의 어센드910C는 2026년 4월 공개된 중국산 프런티어 AI 모델 딥시크 V4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 V4가 사전학습에 엔비디아 칩을 사용했는데, V4-프로 사후 학습에는 어센드910C 칩 1천개 이상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어센드 910C의 추론 성능이 H100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통제를 틈타 엔비디아를 대체해나가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국산 AI 칩 점유율이 5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기술발전 속도다. 화웨이는 향후 3년간 어센드 950 시리즈, 어센드 960 시리즈, 어센드 970 시리즈를 개발해나갈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중 어센드 950PR은 엔비디아의 H20보다 연산 성능이 3배 가까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각각 내년과 내후년 말에 출시될 960과 970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화웨이가 구글과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는 해석도 있다. 구글은 자체적인 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로 엔비디아 GPU를 대체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광고·유튜브·제미나이 등 자사 서비스에 맞춰 TPU를 설계·배치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왔다. 화웨이의 경우 딥시크·알리바바·텐센트 등 여러 중국 기업과 손발을 맞추는 방식으로 '중국형 AI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중국산 프런티어 AI 모델인 딥시크 등을 사용할수록, 그 뒤에서 실제로 연산을 처리하는 화웨이 칩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 본업서 번 돈으로 AI 칩 등에 투자
화웨이가 지금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전까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통신장비·스마트폰·클라우드 등 본업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이었다. 화웨이는 2024년 매출 8천621억위안 중 20.8%인 1천797억위안을 연구개발에 투입했고, 2025년에는 이 비율을 21.8%로 더 끌어올렸다. 최근 10년 누적 연구개발 지출은 1조3천820억위안(약 292조원)에 달한다.
미국 빅테크가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처럼 중국 테크기업은 자국 채권시장을 전보다 자주 찾고 있다. 화웨이도 기업어음과 중기채 등을 발행하며 운전자본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기술 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자금 조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이들이 조달한 자금은 주로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장, 생산라인 현대화 쓰인다.
간접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같은 정책펀드 등이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화웨이의 경우 2021년 이후 중앙 정부와 선전시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건설 또는 다른 기업의 공장 건설 지원을 위해 2천150억위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서영태 기자)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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