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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많았다"…금 매입 소극적이던 한은, 왜 마음 바꿨나

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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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매입에 나서기로 한 배경에는 상시화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금 선호가 강해지는 추세인 데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20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국내 금 생산업체(LS MnM)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수출 예정인 금을 매입할 길을 닦음으로써 13년 만에 금 매입 재개를 예고했다.

이미 2분기에 소량이긴 하지만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사들였다고 밝혔다.

한동안 금을 사지 않던 한은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정희섭 외자운용원장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며 지정학적 불안 고조 등 다양한 이유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금이라는 게 이자나 배당이 없는 무수익 자산이고 금리가 올라갈 때 불리하다. 주식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자산이기도 해 단점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로 벌어지고 있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관심이 증대됐고, (한은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금 보유 비중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생산 금 매입처럼 매입 채널이 다양화됐고, 가격이 최근 많이 내려오며 매입 부담이 가벼워진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2024년 4월 블로그에 올린 '외환보유액으로서의 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외환보유액 운용 대상으로서 금의 유용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한은은 금의 위험조정수익률이 주식에 미치지 못하는 점, 미국 국채 수익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점, 상대적으로 낮은 유동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2월 국회에 출석해 금 매입과 관련한 질의에 외환보유액 운용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답하면서도 "한은이 금 매입을 중단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를 보면 해외주식의 수익률이 금 수익률보다 높다"며 같은 결의 시각을 드러냈다.

금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방향성 전환에 대해 한은은 오랜 시간 시장 상황을 살피며 많은 고민을 거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신현송) 총재님이 (4월에) 새로 오시고 결정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그전에 계속 고민했던 게 연속적으로 보고됐고 이뤄졌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에서 금을 매도했을 때 시장에 주는 부정적 신호 때문에 금 매도를 꺼릴지 묻는 말에 정 원장은 "(지금까지) 매입한 금을 매도한 적은 없다"면서도 "특별히 금이라고 해서 '마지막에 매도한다'는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원장은 그간 한은이 금을 해외에서 구매해 영국(영란은행)에 보관했던 것과 비교해 이번 조치를 통해 매입 경로와 보관처를 국내로 다변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이후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됐음에도 국제 금 가격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정 원장은 "공급 충격에 따라 금리가 많이 올랐고 달러도 강세로 갔다"며 "지난해까지 금 가격이 단기 급등하며 2월 말 이전부터 조정을 받았고, 금 보유 비중이 컸던 중앙은행 중 일부가 시장안정화를 위해 금을 매도해 실물 시장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에 협력을 약속한 국내 금 생산 1위 업체 LS MnM 외에 2위 업체인 고려아연과도 거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금에 대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금협회가 올해 2~5월 전 세계 중앙은행 73곳을 대상으로 '5년 뒤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묻자 '조금 증가'라고 답한 비중은 78%, '크게 증가'는 5%로 나타났다.

금본위제 전통이 남아 있는 선진국 중앙은행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대체로 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 금을 매입하는 중앙은행은 신흥국인 경우가 많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톤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중 41위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천273억6천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금은 47억9천만달러(1.1%)였다.

한은은 구체적으로 금 보유 비중을 얼마나 확대할지 묻는 말에는 운용 전략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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