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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일본과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미국이 외국통화당국 대상 레포(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Repo Facility·FIMA 레포) 띄우기에 나섰다.
달러 유동성 보강 장치인 FIMA 레포가 실제로 가동된 사례는 드물지만, 일본은 향후 이 제도를 활용하겠다며 발을 맞췄다.
국채금리가 미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5년 전 FIMA 레포 한도를 확보해 둔 한국도 이를 사용하게 될지 4일 관심이 모인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에 "FIMA 레포는 중요한 안전판"이라며 "향후 몇 달 안에 이 기구의 규모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31일 일본 당국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이런 언급을 곁들였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같은 날 내놓은 성명에서 "일본은 향후 FIMA 레포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FIMA 레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달러화를 공급하는 제도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2021년 7월 상설화됐다. 한국은행도 2021년 12월 600억달러 한도에서 필요할 때 이용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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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은 국채금리 상승 경계감
시장 참여자들은 베선트 장관이 FIMA 레포를 내세운 배경으로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지목했다.
각국 외환당국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쓸 실탄을 마련하려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이때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FIMA 레포를 이용하면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 연준에 담보로 맡긴 채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다. 국채시장을 건드리지 않고도 개입 재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연준은 2020년 3월 FIMA 레포를 도입하면서 "공개시장에서의 증권 매각이 아닌 대체적인 일시적 달러 조달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미국 국채시장의 원활한 기능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도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연준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대규모 엔화 매수 개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채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발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개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가 국채금리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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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도 말은 하지만…진짜 쓸지 의문
다만 일본이 FIMA 레포를 실제로 활용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은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이른바 'C6' 국가로, 필요하면 언제든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경로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민간 레포 시장의 조달금리가 FIMA 레포 제공금리보다 낮다는 점도 유인을 떨어뜨린다. FIMA 레포 금리는 위기 때만 쓰이도록 민간 레포 금리보다 높게 설계돼 있어서다.
그런데도 일본이 활용 방침을 공언한 것은 미국이 대규모 엔화 매수에 동참해준 데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번에 일본과 공동 개입에 나섬으로써 엔화 매수 개입이 더 신뢰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국채 매각을 동반하는 실개입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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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FIMA 레포 사용할까
속내야 어찌 됐든 일본 재무성이 FIMA 레포 사용 계획을 밝힌 만큼 한국의 활용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은 2021년 12월 접근권을 확보한 뒤 아직 한 번도 FIMA 레포를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 달러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적이 없어서다.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쪽에서는 지금이 FIMA 레포를 꺼내 들 만큼 외화유동성이 부족한 국면이 아니라는 점을 든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검토하느냐는 물음에 "통화스와프 같은 제도는 유동성이 고갈됐을 때 유동성을 지급하는 장치"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화유동성 상황을 보여주는 차익거래유인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 24일까지 마이너스(-) 3bp를 나타내며 2020~2025년 평균인 44bp를 크게 밑돌았다. 시중에 달러유동성이 풍부할수록 차익거래유인은 하락한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요즘은 오히려 외화유동성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상황"이라며 "FIMA 레포를 사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FIMA 레포를 쓴다는 것은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 처한다는 것인데, 지금 수출로 인해 벌어들이는 달러가 막대한 만큼 그런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이 넘었을 때도 안 썼던 것을 1,430원까지 내려온 지금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재무성이 FIMA 레포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두고는 일종의 구두개입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에서 FIMA 레포를 권유한다고 해서 쓰기 싫은데 써야 하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일본 경우는 외환시장에서 공조가 이뤄졌으니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압박이 한층 구체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28%를 넘어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장기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각국에 시장안정화 조치 때 외환보유액을 대신 FIMA 레포를 활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도 미국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변수로 국채금리가 거론될 정도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베선트 장관의 X에서) 향후 몇 달간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로 보인다"며 "한국과 동맹국들에도 필요시 외환보유액을 직접 건드리지 말고, FIMA 레포를 적극 활용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어 "국채금리 부담을 의식하는 제스처"라고 덧붙였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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