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금융당국이 실수요자의 입주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아파트 잔금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대책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실수요자 대출 확대가 전체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작업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잔금대출 확대에 따른 순증 규모를 산출해야 하는 은행권도 복잡한 셈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집단대출 잔액은 148조2천426억원으로 전월 대비 6천531억원 늘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이나 정비사업 과정에서 특정 사업장을 중심으로 취급되는 대출이다. 분양대금 납부를 위한 중도금·잔금대출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이주비대출 등이 포함된다.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145조9천777억원까지 줄었다가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했다. 과거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중도금과 잔금대출 실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조9천766억원 감소했고, 전년 동월보다는 6조9천639억원 줄어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집단대출은 사업장 단위로 취급되는 특성상 단지 한 곳의 대출 수요만 수백억에서 수천억원, 대규모 사업장은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 개별 주택담보대출보다 한 번의 취급 결정이 가계대출 총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반대로 신규 사업장 입찰에 불참하거나 공급 한도를 줄이면 대출잔액을 단기간에 조절할 수 있다. 은행들이 총량 여력이 줄어들자 집단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한 배경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집단대출 공급 정상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수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강화된 총량관리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가 막힐 위기에 처했다는 호소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대통령 주문에 따라 정상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잔금대출까지 과도하게 축소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신규 주택의 입주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공급 확대의 효과가 실제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문제는 집단대출을 적극 취급할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이 얼마나 순증할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잔금대출이 실행되면 기존 중도금·이주비대출이 상환되는 만큼, 실행액 전부가 가계대출 증가분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차주마다 중도금대출을 이용한 횟수와 금액, 잔금 가운데 자기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규모가 달라 실제 순증액도 제각각이다.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의 취급 은행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계산을 복잡하게 한다. 타행에서 중도금대출을 받은 차주에게 잔금대출을 내줄 경우 해당 은행에는 잔금대출 실행액이 고스란히 신규 취급액으로 잡힌다.
개별 은행이 부담하는 증가액과 은행권 전체의 순증액이 달라, 당국과 은행권 모두 단순한 잔금대출 수요만으로 총량 영향을 계산하기 어려운 구조다.
은행권에서는 기존 중도금·이주비대출의 상환 효과를 고려하면 전체 순증분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차주와 사업장마다 대출 구조가 달라 이를 반영한 은행권 전체 순증 규모를 추산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이달 중 입주가 예정된 사업장의 시급한 잔금대출 수요부터 우선 소화하고, 실제 가계대출 증가 흐름을 확인한 뒤 범위를 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체로 보면 잔금대출 실행과 함께 기존 중도금·이주비대출이 상환되는 만큼, 실제 순증분은 현재 나가 있는 선행 대출의 10% 안팎이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다만 디에이치방배처럼 분양가와 입주 시점의 감정가 차이가 큰 일부 단지는 잔금대출 전환 과정에서 순증액이 상당히 커질 수 있어 별도의 관리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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