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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사람들] 빅테크가 못 오는 해자 찾는다…스톤브릿지 이종현 상무

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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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천 건 검토·매주 5개사 미팅…퓨리오사·클로봇 시드 찍은 14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2012년 여름, 잘나가던 IT 대기업의 5년 차 서비스 기획자는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이 되겠다는 목표로 사비 400만 원이 드는 외부 교육 과정을 수소문했다. 당시 월급과 맞먹는 거금에 귀한 휴가까지 쏟아부어야 했지만, 가족의 허락까지 받아내며 굳게 결심한 터였다.

하지만 그가 막 400만 원을 결제하려던 찰나, 운명처럼 사내 투자팀에서 '똘똘한 대리급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그 길로 사내 투자팀에 합류하며 외부 교육비 400만 원을 굳힌 이 선택은 그의 인생 항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네이버의 초기 기술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D2SF' 출범 초기에 합류해 퓨리오사AI, 클로봇, 마키나락스 등 굵직한 딥테크 기업을 발굴해 낸 이종현 스톤브릿지벤처스 상무의 이야기다.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상무는 초기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폭넓은 스테이지와 다양한 산업군에서 주도적으로 투자하고 싶었던 것이 대형 벤처캐피탈(VC)인 스톤브릿지벤처스로 옮긴 이유라고 설명했다.

◇SI와 FI 넘나든 14년…'빅테크 비껴갈 오프라인 해자' 찾는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남들이 삼성이나 중공업으로 향할 때 "IT 기반의 창업을 해보고 싶다"며 NHN(현 네이버)에 기획자로 입사했다. 이후 사내 투자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라인(LINE)의 M&A, 배달의민족 지분 투자 등 굵직한 딜을 수행하며 투자 감각을 익혔다.

특히 2015년 출범한 네이버 D2SF에 합류해 AI, 로봇, 자율주행 등 초기 딥테크 발굴에 매진했다. 이 상무는 네이버에서는 이미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후속 투자를 하려 해도 전략적 투자(SI) 관점의 명분이 필요했던 반면, 스톤브릿지에서는 재무적 투자(FI) 판단만으로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두 조직의 가장 큰 차이로 꼽았다. 섹터와 스테이지에 제약이 없다는 점도 이직을 결심한 배경이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이 상무의 투자 철학도 진화했다. 과거에는 AI나 로봇 같은 특정 '섹터'를 정해놓고 기업을 찾았다면, 지금은 특정 '속성'을 갖춘 기업에 주목한다.

그는 "이제 AI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인 도구가 됐다"며 "빅테크 등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과의 경쟁을 피하면서도, 기술이 접목됐을 때 폭발적인 업사이드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라인만으로는 안 되는, 오프라인과 결합된 확실한 '해자(Moat)'를 가진 밸류체인 타깃 업체가 1순위"라고 강조했다.

◇'근성'과 '티키타카'…발로 뛰어 찾은 원석들

1년에 1천여 개 기업을 서류로 검토하고 매주 다섯 곳 안팎의 대표를 직접 만나는 '발로 뛰는' 심사역인 그에게 좋은 창업자를 선별하는 기준은 확고하다.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인지 ▲시장이 열릴 때까지 버틸 '근성'이 있는지 ▲투자자로서 곁에서 갈아 넣어 채워줄 '빈 구석'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여기에 최근 하나가 더 추가됐다. 바로 '티키타카'다.

이 상무는 "투자 후 수많은 이슈를 겪어보니, 대표님과 편하게 대화가 통하고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유연성이 중요하더라"며 "투자금만 넣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결이 맞는 분들과 밀착해서 사후 관리를 하며 밸류업을 돕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스톤브릿지에 합류한 이후 투자한 포트폴리오 면면을 보면 그의 이러한 철학이 묻어난다. 대표적인 곳이 AI 솔루션을 접목해 자동차 바디킷을 만드는 '에이드로'다.

이 상무는 "단순한 튜닝 업체가 아니라 자체 개발한 AI 기반 솔루션(AOX)으로 디자인과 전비·연비 향상을 동시에 이뤄낸 하드웨어 기반 기술 기업"이라며 "매출의 80%가 북미 등 해외에서 발생하며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2년 내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다만 그는 "빠른 상장도 좋지만 갖출 것은 갖추고 가야 한다"며 서두르지 않는 것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의 출입국 및 행정 업무를 자동화한 '하이어다이버시티' 역시 남다른 시각으로 발굴한 딜이다. 그는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외국인 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할 영역"이라며 "AI와 로봇이 생산 비용을 낮출수록 결국 '누가 소비할 것이냐'가 중요해지는데, 소비는 인구 수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시절 시드 투자를 집행한 뒤 스톤브릿지에서 팔로우온(후속 투자)을 이어간 자율주행 정밀지도 기업 '모빌테크'와 로봇 솔루션 기업 '클로봇' 등은 그의 뛰어난 선구안을 증명하는 사례다. 특히 서로 다른 산업군에 속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이어주는 것은 이 상무만의 무기다. 무역·물류 기업에 AI 포트폴리오사의 기술 트렌드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산업은 돌고 돈다…초심 잃지 않는 투자가 목표"

최근 벤처 투자 시장은 반도체·AI 등 분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4년 차 베테랑 심사역은 업계 후배들과 창업자들을 향해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이 상무는 "AI도 과거 두 번이나 '사기' 소리를 들으며 암흑기를 겪었고, 자율주행과 로봇 역시 한때는 불가능하다는 조롱을 받았다"며 "당시 그 겨울을 버텨낸 기업들이 지금 빛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투자는 당장 핫한 곳이 아니라 몇 년 후 각광받을 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싣는 일"이라며 "AI나 반도체 외의 영역에서 묵묵히 사업을 잘하고 있는 대표님들이나, 이를 응원하는 심사역들이 당장의 시장 흐름이나 유행에 너무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 산업은 결국 돌고 돈다"고 강조했다.

어떤 심사역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가 꼽은 답은 '초심'이었다.

이 상무는 "경험과 지식이 쌓일수록 '과거에 안 됐으니 이번에도 안 되겠지'라며 지레 결론을 내리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며 "산업 구조와 시대적 배경이 바뀌면 과거에 안 됐던 것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을 경계한다"며 "과거에 매이지 않는 투자를 하려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톤브릿지벤처스 이종현 상무

[스톤브릿지벤처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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