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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표의 궁변통구] 집값을 제자리로 돌리려면

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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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자녀의 교육비를 두고 부부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가계의 수입을 담당하는 쪽에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최적의 투자를 주장하는 반면, 자녀의 실제 교육을 전담하는 쪽에서는 최대 효과를 거두기 위한 최대한의 지출을 요구한다.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은 간단하다. 입시를 반복시행이 아닌 단일시행 게임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반복 시행이 없는 단일 시행의 경우 최적의 투자는 무의미하다. 성공 확률을 최대한으로 가져갈 수 있는 최대 투자만 있을 뿐이다.

서울 강남구 학원가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주택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정부는 집값을 제자리로 돌리겠다면서 각종 규제를 내놓으면서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각종 혜택을 유예한다. 가계의 최대 자산구매 계획이 반복 시행이 아닌 단일시행, 즉 대학 입시와 같은 성격이 되어버린다. 특히 1기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의 자산가격 격차는 한 번의 선택이 되돌릴 수 없는 차이를 가져온다는 학습효과를 심어줬다.

만약 주택 매수가 단일시행이 아닌 반복시행이 가능한 게임이라면 어떻게 될까. 최적의 선택을 향해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는 특정 시기에 주택구매 수요가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주택 매수에 동반하는 각종 지원, 규제 등을 한시적인 것이 아닌 영구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 즉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선택이 아니라 언제든지 손해 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시점의 분산 외에 공간의 분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계획과 도시계획 등을 통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입지가치를 균등화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울 강남 3구에 대한 입지 선호에는 밀집된 일자리, 교육 수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이런 부분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상품성 격차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주택공급률을 높이기 위해 아파트와 달리 비아파트의 주거기준을 하향하는 등 상품성을 떨어뜨렸다. 그 결과 비아파트는 영구 거주지라기보다는 거쳐 가는 거주지로 시장에 각인됐다. 비아파트에 대해서도 주거 기준을 상향함과 동시에 일정 규모 혹은 단위로 아파트에 버금가는 녹지나 주차공간, 커뮤니티 시설 등이 제공된다면 지금 같은 기피 현상은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 토론회 발언

이제 공급을 돌아보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부동산 토론회에서 민간 임대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한 참석자의 주장에 대해 '땅이 있는데 왜 분양을 하지않고 임대공급을 하느냐'고 질문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해석이 필요하다.

첫째, 땅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분양했을 때 미분양 없이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사업성 있는 땅'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업성에는 분양 사업성도 있고 임대 사업성도 있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 여건이다.

현재 주택사업은 대규모 자금을 단기에 빌려 단기에 회수하는 분양 사업에 편향되어 있다. 이 경우 땅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최소 500세대 이상을 넣을 수 있는 규모가 확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분양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땅이 없는' 것이 된다.

아파트 분양 사업은 단일시행 게임이다. 각종 인허가를 받아 분양승인을 받은 다음 특별공급, 일반공급에서 청약자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잔여주택 청약 공고를 통해 반복 시행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1순위 청약에 실패한 단지는 좀처럼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각종 금융비용을 잡아먹는 악성 사업장으로 가는 경우가 다수다.

만약 사업자가 장기저리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면 주택공급은 반복시행 게임으로 바뀔 수 있다. 임대업을 통해서다. 이자와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월세를 받을 수 있다면 주택사업장의 범위는 분양사업보다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출퇴근 환경은 우수하지만 교육환경이 떨어지는 역세권 부지가 있다고 하자. 규모도 1~2개 동 이상 지을 수 없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곳은 분양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지만 임대수요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인천 '천원주택' 접수처에 몰린 예비 입주자들

대형 단지 여러 곳을 짓는다고 해서 지금의 수도권 주택 수요를 잠재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지금 서울·수도권의 주택 수요는 인생 최대의 자산확보를 위한 단일시행 게임으로 가고 있다. 어떤 대단지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수요는 최대한의 자원을 동원해 선점할 수 있는 소수의 단지를 향하게 되고 이는 집값을 제자리로 돌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낮지만 주거로서의 편의성이 높은 곳들, 분양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땅이 임대시장에서는 드러날 수 있다. 땅이 있는데 굳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지금 이런 임대주택이 공급되지 않는 것은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각종 여건, 특히 자금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크다. 수급의 결과인 가격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의 가격을 가져온 수급여건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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