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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사고 나면 준법감시인 징계받고 옷 벗으라"…은행권 '발칵'

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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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들에 '비예금상품 제도개선안' 의견조회

준법감시인이 위험 누락·왜곡 못 걸러내면 책임져야 할듯

서울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지급기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박경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비예금상품 출시 과정에서 준법지원부의 사전심사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준법감시인이 상품설명서에서 주요 위험의 누락이나 왜곡을 잡아내지 못하면 향후 불완전판매 사고 발생 시 상품 담당 임원과 함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면서 준법감시부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에 '은행권 비예금상품 제도개선안'을 배포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ELS 등과 같은 비예금상품의 선정과 판매, 사후관리 절차를 손질하기 위함이다.

금감원이 은행들과 세 차례 회의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한 것으로, 은행권 의견을 수렴해 비예금상품 모범규준에 반영할 계획이다. 자율규제인 모범규준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감독당국이 검사 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력이 있다.

개선안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은 '독립부서의 상품 심사 강화'다.

금감원은 비예금상품 중 '구조가 복잡하거나 전문성이 필요한' 상품에 대해 리스크관리부·소비자보호부·준법지원부 등 독립부서가 별도 검토를 실시하도록 했다. 독립부서는 제조사(자산운용사)가 제공한 투자설명서와 투자제안서 등을 기초로 검토 문서를 작성해 실무자 사전협의와 비예금상품위원회에 제공해야 한다.

부서별 역할도 명확히 구분했다. 리스크관리부는 상품별 주요 위험을 분석하고 소비자보호부는 적합·부적합 고객군을 설정해야 한다. 준법지원부는 자본시장법령 등 관련 법규(법령과 규정)의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준법감시인들은 준법지원부에 과도한 책임이 배분됐다고 주장한다. 준법지원부가 상품 출시 때마다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비롯한 모든 금융 법규의 준수 여부를 판단해야 해서다. 은행 관계자는 "상품설명서에서 중요 위험이 빠지거나 왜곡됐는데 준법지원부가 이를 걸러내지 못하면 (불완전판매와 직결되는)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 준법감시인도 같이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준법감시인이 사전 검토해야 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잡한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현업 상품부서가 아닌 준법지원부가 모두 파악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비예금상품 출시 프로세스

[이미지: 금감원이 배포한 '은행권 비예금상품 제도개선안']

한 시중은행 준법지원부서 관계자는 "우리에게 규정된 역할이 향후 책무구조도상 준법감시인의 담당 책무로 배분될 경우, 향후 불완전판매 사고 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상품을 가장 잘 아는 곳은 현업인 상품 부서다. 우리(준법지원부)가 이들이 기획한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법규 위반 가능성까지 가려낼 수는 없는데, 책임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은행에선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지만 '신용정보법을 준수했는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준수했는가' 등 포괄적으로 확인하는 정도"라며 "설명의무 위반 가능성까지 가려내려면 점검 항목이 수백 개로 늘어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독립부서의 심사를 강화한 건 수익성을 중시하는 상품부서만으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충분히 걸러내기 어렵다고 판단하에 결정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상품 부서와 다른 시각을 가진 독립부서가 출시 과정에서 제동을 걸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부서는 금융상품을 많이 판매할수록 높은 성과로 인정받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부적합하거나 신중해야 할 상품도 판매하려는 유인이 크다"며 "상품부서가 모든 결정을 마친 뒤 독립부서에 의견을 요구하다 보니 사실상 한두 줄을 보태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ELS 사태에서도 민원이 느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는데도 상품 선정 과정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판매 실적과 무관한 독립부서가 상품을 별도로 심사하도록 해 상품부서를 견제하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전문성이 필요한 상품'의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의견을 금감원에 제출한 상태다. 기준이 추상적일수록 은행들이 사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실상 모든 상품에 강화된 절차를 적용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비교적 단순한 상품의 출시 절차까지 지나치게 늘어질 수 있다.

mkshin@yna.co.kr

gepark@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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