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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편, 저PBR기업에 면죄부…"3단계로 다 빠져나가는 법"

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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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4개만 걸려…이소영 의원 "헌법소원 대상 될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정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법' 개편안을 둘러싼 자본시장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적용대상 기업 수를 추산한 결과 100개를 밑돌았고, 페널티도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안을 처음 발의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안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피 84개만 해당…페널티 할증해도 0.35배가 전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4일 낸 논평에서 저PBR 관련 세제개편안의 첫번째 요건(최근 13반기 중 12반기 연속 업종별 PBR 하위 25%·10%)에 해당하는 상장사를 자체 추산한 결과를 공개했다.

코스피 대상 회사는 84~87개, 코스닥은 43개로 총 130개 수준에 그쳤다. 이들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은 코스피 5천557억원, 코스닥 1천173억원이며, 평균 PBR은 코스피 0.27배, 코스닥 0.29배였다. 포럼은 대부분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적용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봤다.

포럼은 페널티 수위도 문제 삼았다. 평균 PBR 0.27배인 코스피 대상 기업에 30%를 할증해도 0.35배에 그친다는 것이다.

적용 기준을 놓고도 비판이 나왔다. 포럼은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하위 25%를 추리면 약 210~220개가 대상이 되지만, 11개 업종으로 나눈 뒤 업종별로 하위 25%를 고르면 대상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이를 두고 "수많은 저PBR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포럼은 더 근본적인 문제도 짚었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 자체가 업종을 불문하고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로, 상장회사로서 중대한 결격이라는 것이다.

포럼은 뉴욕대가 최근 미국 상장사 5천500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PBR이 5.1배였고, 110여개 업종 중 PBR이 1배 미만인 업종은 단 2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한국은 GICS 11개 업종 중 IT를 제외한 10개 업종의 PBR 중위값이 1배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소영 의원 "3단계로 다 빠져나가는 법"

이소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제개편안 관련 글을 추가로 올리고 정부안을 "사실상 적용대상 없을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3단계에 걸쳐 조목조목 반박했다.

1단계는 적용 대상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자신의 원안 기준으로는 PBR 0.8 이하 상장사 1천300여개가 대상이지만, 정부안 기준으로는 100개 남짓으로 줄어들고 이 중 최대주주가 개인인 경우는 더 적을 것이라고 봤다.

2단계는 회피가 쉽다는 것이다. 13반기 중 딱 두 번만 최하위 리스트에서 벗어나면 적용을 피할 수 있어, "절세가 보장된다면 이건 일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3단계는 심의 단계의 허점이다.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주가가 낮은 것은 대외여건 때문"이라고 소명하면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데, 실제 주가 누르기는 장기간의 배당 억제, 불투명한 내부거래, 비효율적 자본배치 같은 은근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세청이 의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주주들이 심의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국세청이 패소해 소송비용만 날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페널티 수위를 놓고도 "PBR이 0.1인 회사는 0.13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면 된다"며 "이건 공정과세도 아니고 유인 제거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장기적으로 주가 더 누르라는 황당한 법"

이 의원은 정부안의 세금 산정 공식도 직접 풀어 설명했다. 현행법은 상속·증여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총 4개월)의 주가만 관리하면 됐지만,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로 판정되면 "현행 평가기간 말일로부터 소급해 6개월·1년·2년·3년·4년·5년·6년·6년6개월간 각각의 평균액"과 "평가기준일 전후 평균액의 1.3배" 중 가장 큰 값을 적용한다.

이 의원은 이를 "최근 6년 반 동안 주가가 한 번이라도 높았으면 세금이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승계를 앞둔 대주주 입장에서는 앞으로 6년 반 동안 주가가 오르는 순간이 곧 상속 시점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짧게 주가를 관리하는 대신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쪽이 오히려 합리적 선택이 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오히려 지금보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눌러야 절세가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판단에 세금 달라져"…헌법소원 대상 될 것

이 의원은 헌법 제59조 조세법률주의도 거론했다. 조세는 그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정부안은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납세 기준이 달라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원안에는 '주가누르기'라는 불확정 개념이 아예 등장하지 않고, 대신 '순자산가치의 80%'라는 객관적 기준을 명시했다는 점을 대비시켰다.

그러면서 "'주가누르기'라는 불확정 개념을 법문에 명시하고 그 여부를 국세청 심의위원회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정부안은, 그로 인해 세금을 더 내게 되는 대주주들로부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버넌스포럼과 이소영 의원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자본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며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사실을 언급했다. 포럼은 이번 정부안이 대통령의 이런 주문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고, 이 의원은 "재경부의 이번 정부안은 국회를 바보로 아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진심 어린 업무지시에 대한 배신"이라고 결론지었다.

포럼은 정부가 기교적인 제도를 궁리하기보다 상속증여세율 현실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등 거시적 관점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소영 의원 페이스북]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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