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식 DB증권 디지털자산사업팀장 인터뷰
"시행령 나와도 상품은 저절로 안 나와…직접 발굴해야"
옵티미즘과 하이브리드 멀티체인 구축…"글로벌 STO 진출 염두"
[사진: 전병훈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이주식 DB증권 디지털자산사업팀장의 최근 출장지는 제주도의 계란 농장이었다.
감귤 껍질을 먹여 키운 닭이 낳는 계란, 그 농장 20곳을 운영하는 법인의 운영 수익이 그가 점찍은 다음 토큰증권(STO) 상품이다.
내년 2월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업계가 각기 제도와 정책을 들여다보는 사이, 이 팀장은 부산과 제주 등 전국 각지를 오가며 토큰증권 상품력의 핵심인 기초자산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주식 팀장은 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시행령이 나와도 상품은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며 "증권사가 직접 현장으로 내려가 기초자산을 가진 회사를 발굴해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우량 자산을 쥔 업체가 제 발로 찾아오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2024년 4월 STO 발행 관련 마지막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지정이라는 성과를 이끈 그는 초기 토큰증권 시장의 성패가 기초자산의 경쟁력에서 갈린다고 봤다.
"내년 2월 제도 본격화 시점에 맞춰 적시에 상품을 선보이려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전에 업체를 설득하는 준비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기초자산을 보유한 업체가 STO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직접적인 구조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전병훈 기자]
◇ "규제 있을 때가 차별화 기회"…계란 농장 수익부터 K팝 콘서트까지
DB증권 디지털자산사업팀은 지난해 11월 태스크포스(TF)로 출발해 올해 6월 정규 팀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사업에서 11개 컨소시엄 중 STO 관련 사업으로는 단독 선정되는 등 실체 있는 성과가 조직의 정규 전환으로 이어졌다.
회사의 강점인 언더라이팅과 기업금융(IB) 역량을 살려 기초자산 발굴에 집중한 결과였다.
이 팀장은 "우리는 STO 발행시장의 '언더라이터'를 표방한다"며 "창의적이면서도 규제에 맞는 현실적인 기초자산을 발굴해내는 과정 자체가 다른 증권사와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이어 "주식·채권 등 정형증권의 토큰화까지 본격화되면 투자자와 유동성은 대형사로 쏠리고, 중소형사가 STO 시장에서 차별화할 여지는 줄어들 수 있다"며 "규제가 남아 있는 지금이 오히려 각 증권사가 규모를 떠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기초자산과 사업 영역을 선점하고 포지셔닝할 기회"라고도 짚었다.
그래서 이 팀장의 발은 늘 현장을 향한다. 특정 지역에서만 나오는 자산은 기존 IB 방식으로 유동화하기 어려워 STO가 파고들 틈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주 계란 농장 토큰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와 협력해 제주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의 사업 운영권을 토큰화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등 아이템을 여러 갈래로 넓히고 있다.
다만 미술품이나 한우 등에 편중된 시장에 생소한 자산을 안착시키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 없던 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은 고도의 노력이 필요하고 변수도 많다"며 "하나의 아이템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기초자산을 다각도로 발굴하고 시도해야 성공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단계적으로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 퍼블릭 체인 왜 택했나…"프라이빗과 공존 가능한 곳은 옵티미즘뿐"
DB증권은 발굴한 기초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작업에서 옵티미즘과 손을 잡았다. 허가형 분산원장이 전제인 국내 환경에서 퍼블릭 체인인 이더리움 레이어2 메인넷과의 협력은 이례적이지만, 이 팀장은 오히려 그 접점을 보고 골랐다고 했다.
그는 "하이퍼레저 같은 프라이빗 체인과 연동될 수 있는 퍼블릭 메인넷을 찾은 결과"라며 "예탁결제원과 코스콤의 분산원장 요건을 준수하면서 옵티미즘의 개발 프레임워크 'OP 스택(OP Stack)'으로 프라이빗과 퍼블릭 환경을 맞춤형으로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멀티체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규제에 맞춘 커스터마이징과 퍼블릭 체인의 공존을 동시에 허용하는 메인넷은 사실상 옵티미즘뿐이라는 판단이다.
옵티미즘은 일본에서 소니·미쓰이, 국내에서는 업비트·토스와 협력하고 있다. DB증권은 이에 준하는 조건으로 개발을 논의 중이다.
시야는 해외로까지 뻗어 있다. 이 팀장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프라이빗 환경을 먼저 구축하되, 옵티미즘 기반의 연동 네트워크인 '슈퍼체인(Superchain)' 인프라를 활용해 향후 글로벌 STO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무리 좋은 기초자산을 찾아도 제도가 받쳐줘야 상품이 된다. 이 팀장이 향후 STO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신탁 관련 제도 정비를 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이유다. 조각투자와 대체자산 토큰화가 대부분 신탁 수익증권 형태를 띠는 만큼, 자본시장법 제110조 등에 묶여 있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발행 근거를 법적으로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부동산 외에도 다양한 비금전 자산이 신탁으로 인정받고 공정하게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평가 체계와 수탁 기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다양한 혁신 상품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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