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신민경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 원장은 금감원과 관련된 이슈는 물론,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과 38년지기 최측근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원장의 실세론이 여전히 금융권을 긴장시키는 가운데 월권 논란까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안 날짜 특정…청와대 교감설 일기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의 발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건 지배구조 개선안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이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 차원에서 준비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관련해 여러 차례 발표를 예고했다.
지난 3월 기자간담회 당시 "다음달 (4월)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정 입법과제가 반영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오는 10월 시행으로 예정하고 진행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3개월 뒤인 6월 간담회에선 "정부 라인에서 전체적으로 검토된 최종안이 보고됐다"며 " KB금융지주가 숏리스트 작업을 하는 7월3일 전에 발표될 것"이라고 아예 날짜를 못 박았다. 7월3일까지는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안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물론, 금감원 내부에도 사전 공유되지 않은 내용이라 혼란이 일었다. 당국 전체가 진위 파악에 분주했고, 결국 금융위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이 직접 청와대와 소통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믿는 구석' 없이는 날짜를 특정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기 어려울 거란 점에서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안 자체가 작년 말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언급을 계기로 마련되기 시작한 만큼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거란 해석에 힘이 실렸다.
금감원 내부에선 번복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미 한 차례 예고가 빗나간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 또 틀리면 이 원장이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7월3일이 조용히 지나갔고, 지배구조 개선안은 아직도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달 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관련 발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부동산 대출과 단일종목 등 이슈가 집중되며 무기한 연기됐다.
◇"드러누워 막았어야"…표현 수위·책임 전가 논란
유례없는 증시 활황 속 자본시장에 대한 발언도 거침없었다. 특히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은 거센 후폭풍을 불렀다.
당시 이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한 게 후회가 많이 된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든 드러누워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급등 해소와 투자자금 환류를 위한 방책이었으나 결과론적으로 효과는 별로 없고 부작용만 낳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발언은 곧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사실상 정책 실패로 규정한 셈이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나 국정감사 자리가 아닌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감독당국 수장이 정책의 책임과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표현 수위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 안팎에선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시민단체 출신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드러눕기'는 시민단체가 저항 의사를 드러낼 때 쓰는 상징적 시위 방식 중 하나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금융위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막았어야 했다"는 표현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추진을 진두지휘한 정부나, 최종 승인(의결) 주체인 금융위원회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증권신고서를 수리한 주체이고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책임 돌리기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투자자 보호 취지이지 다른 맥락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외압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자책이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장의 발언을 소신 발언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표현은 거칠었지만, 과열된 시장에 제동을 건 것은 감독당국 수장으로서 할 일이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원장의 발언 이후 시장에선 극심한 변동성의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지리 지목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국내 증시에서는 이례적인 폭락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당국은 해외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기본예탁금을 3천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보완책을 내놨다.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소신 발언'도 했다.
금감원 지방 이전 이슈에 대해 "금융감독기구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미션은 금융회사와 자본시장·건전성과 투명성 관리·감독"이라며 "보호해야 할 현장이 수도권,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현장을 떠나서 어딜 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는 다른 기관장들과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열린 금융회사 임직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1 [금융감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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