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현실화에 선제 대응 나서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55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기금형 방식이 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지주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은행 연금부서가 홀로 대응하던 방식을 접고,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 계열사가 한데 모여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머니무브'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퇴직연금 기금형 대응 워킹그룹은 지주 WM·SME 유닛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WM·SME 유닛을 주축으로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연금 운용 역량을 끌어올리고 자산관리 설루션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를 모두 보유한 연금사업자"라며 "퇴직연금 기금형 도입을 기금형 설루션 제공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기금형 시장에서는 운용 역량과 리스크관리 능력 등이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약형 퇴직연금은 특정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지금껏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과 개별 계약을 맺어 퇴직연금이 운용됐지만, 기금형이 도입되면 여러 기업이나 사업장 적립금이 각각의 기금으로 한데 모이는 식으로 운용되게 된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직 입법안이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정식 태스크포스(TF)를 띄우기 전 계열사 담당 부서가 한데 모여 TF 개설 검토와 시장 대응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머니무브 양상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자, 세부 기준이 마련되는 대로 관련 제도와 사업 여건을 검토해 곧바로 대응할 채비를 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의 적립금은 555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분기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165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5%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보험업권은 각각 6.6%, 4.3% 증가한 281조원, 107조원을 보이며 증권업계의 증가세를 밑돌았다.
은행권은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은행 비중이 추가로 하락하면서 원리금보장상품을 편입하는 규모가 같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계약형 구조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운용관리와 자산관리를 함께 맡아 자사 원리금보장상품을 편입하는 방식이 수월했다.
원리금보장형의 상당 부분이 은행 예금이어서 퇴직연금은 은행에 수수료 수익인 동시에, 조달 창구 역할까지 해왔다.
기금이 적립금 운용을 주도하는 구조로 바뀌면 은행은 자산 보관 기능을 유지하더라도 예금 편입에서 나오던 이점을 잃게 된다.
금융그룹이 은행 단독 대응에서 계열사 총동원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룹 안에 운용 역량을 갖춘 계열사가 있으면 위탁 물량을 확보할 여지가 커진다. KB금융이 워킹그룹에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를 함께 넣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는 실무작업반 논의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중 기금형 퇴직연금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수탁법인에 직접 운용이나 영업 기능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결론에 따라 금융그룹의 대응 전략도 갈릴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발표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어느 부서에서 TF 인원이 차출될지 결정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정부 지침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내용에 맞춰 액션 플랜을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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