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지적, 잭슨홀·9월 FOMC 시험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대적인 '체제 변화(Regime Change)'를 선언하며 등장한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취임 두 달 만에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연준의 기조를 뿌리째 바꾸겠다던 당찬 포부와 달리 정작 첫 무대에서 불거진 메시지 혼선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체제 개혁에 앞서 '소통 기조의 재설정(Reset)'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미국 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지난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취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들이 당시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두고 "신흥국 중앙은행이나 겪을 법한 '신뢰성 충격(Credibility shock)'"이라고 규정할 만큼 파장은 컸다.
뉴욕타임스는 역대 연준 의장들에게 첫 기자회견은 늘 험난한 통과의례였다고 전했다.
재닛 옐런 의장은 2014년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시장을 놀라게 했고 제롬 파월 의장은 2018년 자산 축소를 '자동 항법(Autopilot)'에 비유했다가 주가 폭락을 초래한 뒤 황급히 메시지를 수정한 바 있다.
이번 워시 의장의 실수는 전임자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의 미온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끈질긴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가 정작 첫 Q&A에서는 연준의 근간인 '2% 물가 목표치'에 대해 "내년 1월 이후 전략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누가 알겠느냐"며 목표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한 핵심 수단인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명확한 확답을 피하면서 시장은 그가 과연 인플레이션을 퇴치할 의지가 있는지 깊은 의구심을 품게 됐다는 지적이다.
워시 의장의 메시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연준 내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를 비롯해 세인트루이스, 리치먼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 주요 지역 연은 수장들은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이 절대적으로 적절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들은 워시 의장의 모호한 발언으로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매파적 메시지 통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공은 다시 워시 의장에게 넘어갔다.
당초 그는 이달 말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인공지능(AI)과 생산성 향상 등 거시적 담론을 제시하려 했으나 지금은 당장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프레임워크를 재정립하는 '손실 통제(Damage Control)'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워시 의장이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과거 연준의 유산과 싸우기도 전에 스스로 초래한 신뢰 위기부터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PGIM 픽스드인컴의 그렉 피터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말이 아닌 실제 행동(금리 인상)을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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