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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의 조곤조곤] 정의선이 바라보는 자동차 너머

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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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갈 길이 멀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현지 사업이 잘 되고 있느냐고 묻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서 돌아온 답은 현실적이었다.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경제사절단 모두가 장밋빛 먼 미래를 내뱉을 때, 정 회장은 "중국도 요새 세게 하고 그래서..."라며 바로 옆 동네의 경쟁자를 언급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남미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영토를 넓히는 상황에서는 어제의 성공이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갈 길이 멀다"는 그의 말에는 겸손보다 장사하는 기업인의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보다 며칠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사뭇 달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AI 산업의 거물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말했다. 그런데 자동차가 없었다. 신차도, 판매량도 아니었다. 그의 발표는 모빌리티를 넘어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물론 자동차를 버리겠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자동차 제조업에서 확보한 '현실 세계'를 AI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바꾸겠다는 얘기였다.

숫자를 보면 공허한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천억원을 투자하는 현대차그룹은 이중 50조원 이상을 미래사업에 쓴다. 새만금에 별도로 내놓은 약 9조원 규모의 투자계획도 자동차 공장이 아니다. 정 회장은 새만금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전해 설비와 태양광, AI 수소도시를 한데 묶었다.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AI밸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에는 젠슨황도 함께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조차 정 회장의 새만금 구상에 "감동 받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동차 회사가 번 돈을 자동차만 더 만드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AI, 에너지라는 새로운 산업의 몸집을 만드는 데 베팅하는 그의 선구안에, 그리고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선언에 돈을 얹기 시작한 용기에 보내는 칭찬이었다.

물론 현대차의 미래가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쟁자는 더 많아졌다. 자동차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받아내야 하고, 자율주행과 로봇, AI로 전장을 넓히면 테슬라와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기다린다. 테슬라가 AI와 소프트웨어에서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현실 세계로 내려오고 있다면, 현대차는 자동차와 공장이라는 현실 세계에서 AI로 올라가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무대에서 정 회장이 자동차 대신 피지컬 AI를 말한 장면이 의미심장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가 앞으로 누구와 경쟁할 것인지를 스스로 다시 정의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질에서 무심코 내뱉은 "갈 길이 멀죠"라는 정 회장의 짧은 대답은 오래 남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세계 1위를 꿈꾸는 기업의 미래를 말했지만, 남미에서는 당장 중국 업체와 한 대의 자동차라도 더 팔아야 하는 기업인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두 모습은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현대차가 서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자동차만 잘 만들면 됐던 시대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 목적지가 자동차 너머로 옮겨갔으니, 갈 길은 멀 수밖에 없다. (경제부 정치팀 차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회동

(서울=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젠슨 황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6.7.25 [엔비디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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