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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주총장에서 되찾은 '주주'라는 이름

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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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입장 기다리는 주주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쓰러진 회사에도 주인은 있다. 다만,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인인 주주는 늘 마지막에 통보받는 존재였다. 회사가 기울어가는 동안 정작 자본을 댄 주주들은 협상 테이블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경영진의 처분만 기다려야 했다.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의 임대수익을 배당하던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현금유보(캐시 트랩) 발동으로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 끝내 상장폐지를 거쳐 현재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상화 논의는 줄곧 채권단과 경영진 중심으로 진행됐다. 자산 매각 조건이 어떻게 협상되고 있는지, 신규 자금조달은 어디까지 검토되는지, 소액주주들은 알 길이 없었다. 주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도 바로 이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주주들은 체념 대신 연대와 행동을 택했다. 주주명부를 확보해 흩어진 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세를 모았고, 대표단을 꾸려 경영진과 관계 운용사, 국회까지 문을 두드리며 설득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대가 추천한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 3인 중 2인이 이사회에 입성하게 됐다. 경영진의 판단을 통보받기만 하던 주주들이 그 판단이 내려지는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리츠의 이사회에 소액주주 측 인사가 진입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표결 과정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주연대는 개인 주주 지분 16%가량을 모아 임시주총을 성사시켰지만, 개인 결집만으로 닿을 수 있는 지지는 발행주식의 20% 안팎이 한계였다.

문턱을 넘은 두 후보의 뒤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약 9%)과 삼성자산운용(약 5%)이 리츠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보유한 지분의 찬성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처럼 잠자던 기관의 표가 소액주주 추천 이사에게 향한 순간이었다.

주주연대는 주총을 앞두고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 두 운용사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호소했다. 퇴직연금 계좌로 이 리츠를 담은 가입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주총 일정과 안건을 안내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물론 이사회 진입은 완결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다. ARS 시한을 코앞에 둔 만큼, 그 안에 채권단이 수긍할 만한 정상화 밑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이사회에 들어간 주주 측 인사들이 단순 감시자에 머물지, 대안을 내는 플레이어가 될지는 이제부터 증명해야 할 몫이다.

국내 소액주주 운동은 대개 3단계 실패를 밟아왔다. 분노로 모였다가, 지분을 모으지 못해 흩어지고, 기관의 외면 속에 잊혔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들은 그 공식을 하나씩 뒤집으며 나아가고 있다. 주주명부를 손에 넣어 결집했고, 기관의 표까지 받아내 이사회까지 입성하게 됐다.

소액주주의 배제는 자본시장의 필연이 아니라 관행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들은 이사회 문을 직접 열며 증명했다.(증권부 전병훈 기자)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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