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주택자 중심 세부담 완화…자본시장은 세제 혜택 축소
신설 ISA엔 파격 혜택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정부가 국내 자산에 장기 투자할 경우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는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새로 선보였다.
새롭게 론칭한 생산적 금융 ISA 계좌는 비과세 혜택을 크게 강화했다. 그러나 기존 ISA 계좌는 혜택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오랜 기간 계좌를 운용한 기존 가입자의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기존 ISA의 계약기간과 납입 구조가 오히려 빡빡해졌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했던 기존 ISA 계좌가 기한부로 변경되면서 5년 이상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자본시장 엇갈린 세제 시그널
이번 세제 개편에서 부동산은 실거주 1주택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오히려 완화된다.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가 14억 원으로 확대되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기간이 아닌 거주기간 중심으로 재편돼 실거주자에게 유리해진다.
규제 강화는 공시가 32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비거주·다주택자에 집중되는 반면, 실수요자는 감세 혜택을 받는다.
반면 자본시장은 사실상 세제 혜택이 축소한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안에서 ISA의 계약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에서 최장 5년으로 줄고 납입 한도 이월도 폐지된다.
상속·증여세법에서는 저PBR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를 최소 30% 할증해 재평가하는 '주가 누르기 방지' 조항까지 도입돼, 승계를 앞둔 상장기업 오너의 세 부담도 늘어난다.
◇파격 혜택 생산적금융 ISA…기존 상품은 축소
지난 3일 재정경제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생산적 금융 ISA는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투자하면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 전액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기존 일반 ISA가 일반형 200만 원, 서민형 400만 원까지만 비과세하고 초과분에는 9%대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해온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납입 한도도 연 2천만 원, 총 2억 원이다. 총 1억 원이었던 기존 ISA의 두 배다. 계약기간은 최장 10년까지 가능하고, 만 34세까지 청년 가입자는 별도로 납입액의 10%를 소득공제 받는 '청년형 생산적 금융 ISA'도 함께 마련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시중 자금이 국내 자본시장과 혁신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상품이 생기는 동시에 기존 일반 ISA의 조건이 눈에 띄게 팍팍해졌다. 지금까지 일반 ISA는 최소 3년만 채우면 이후 계약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
이번 개편으로는 최초 3년, 총 5년까지로 계약기간 자체에 상한이 생긴다. 신규 가입자는 물론, 이미 3년 계약을 맺고 연장을 이어온 기존 가입자도 앞으로는 2년까지만 추가 연장이 가능해진다.
더 큰 변화는 납부 한도 이월 폐지다. 그동안 ISA는 연간 2천만 원 한도 중 쓰지 못한 금액을 다음 해로 넘겨, 상여금이나 목돈이 생기는 시점에 한 번에 밀어 넣는 방식이 가능했다.
이 기능이 2027년 1월 1일 납입분부터 사라진다.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이미 계좌를 운용 중인 기존 가입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투자 복리의 마법·절세 효과도 약화
정부는 계약기간 제한과 이월 폐지의 배경으로 '장기·적립식 투자 장려'와 '생산적 금융 ISA와 형평성'을 들었다. 그러나 계약기간을 무기한에서 5년으로 줄이는 조치가 오히려 장기투자를 어렵게 만든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5년마다 계좌를 해지하고 다시 개설하면, 절세 계좌의 핵심 장점인 '복리 효과'가 계약 갱신 시점마다 끊기기 때문이다.
5년마다 계좌를 해지하면 세금 정산의 장점이 사라진다.
개편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5년마다 계좌를 해지하며 세금을 정산해야 한다.
ISA의 장점인 손익통산 역시 5년 단위로 끊기면서, 장기간 손익을 합산해 절세하는 효과도 상황에 따라서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납입 한도 이월 폐지가 미치는 영향도 가입자 별로 균등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납입할 수 있는 정기 소득자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다. 다만 상여금·계절적 매출이 있는 자영업자처럼 소득이 불규칙한 이들은 목돈을 한 번에 투입할 기회를 잃게 된다.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오히려 소득 구조에 따라 절세 기회의 형평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ISA 개편은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국내 자본시장에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는 뚜렷하지만, 그 방식이 새 상품과 기존 상품에 상이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ISA 계좌는 혜택 축소, 생산적 금융 ISA는 파격적 혜택이 핵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신설되는 생산적 금융 ISA는 감세, 기존 ISA 정비는 사실상 증세에 가까운 효과가 난다"며 "오랫동안 ISA를 장기투자 수단으로 활용해온 가입자는 계약기간이 묶여버린 계좌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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