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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세제개편] 주가 누르기 방지 조항…승계 앞둔 상장사 '정조준'

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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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상속 앞둔 오너, 전략 수정 불가피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그동안 상속·증여를 앞둔 상장기업 오너 일가에게 '낮은 주가'는 절세 수단이었다.

평가 기준일 전후 4개월 종가 평균만 낮게 관리하면 그만큼 과세 표준도 줄어드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 담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으로 이 저평가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승계를 계획 중인 상장기업 오너들의 셈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4개월 평균' 허점 노린 주가 누르기

현행 상속세·증여세법은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재산가액을 평가 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간의 거래소 종가 평균으로 산정한다. 상속·증여 시점 당일 주가가 아니라 넉 달 치 평균을 쓰는 만큼, 이 구간에 맞춰 자사주 매입을 자제하거나 배당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면 과세표준 자체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가 별도로 추진해온 '기업 밸류업'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관행이기도 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이 허점을 메우는 새로운 평가방식을 내놨다.

최근 6년간 PBR이 업종별로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은 '주가 누르기 추정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평가 기간을 최대 13개 반기(6년 6개월)까지 확대해 재평가한다.

이 요건에 걸리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별도의 평가방식이 적용된다. 재평가된 주식 가치는 기존 평가액의 130%와 장기 평균 주가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책정된다. 최소 30% 이상 과세표준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우회로도 함께 막았다.

최대 주주가 특수관계인에게 지분을 넘길 때, 거래소를 통한 정상적인 매매를 하더라도 별도 평가방식을 피해 갈 수 없다.

낮아진 주가를 이용해 가족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식 자체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개정안은 2027년 4월 1일 이후 개시되는 상속·증여분부터 적용된다.

◇승계 앞둔 오너, 남은 기간 '8개월'

시행일까지 남은 기간은 약 8개월이다. ISA 계약기간 축소를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제 연장' 움직임이 나타난 것처럼, 이번에도 시행일 전에 지분 증여나 매매를 서두르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저PBR 상태를 유지해온 기업일수록 새 평가방식이 적용되기 전에 승계를 마무리하려는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이같은 압박이 승계 의도와 무관하게 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회사나 전통 제조업처럼 업종 특성상 구조적으로 PBR이 낮게 형성되는 기업들은 주가 누르기 추정 기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의도적 주가 관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이번 주가 누르기 방지법과 관련해 상속·증여 시점의 실제 기업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VIP자산운용은 5일 눌린 주가를 다시 과세 기준으로 삼는 방식만으로는 주가를 낮춰 세 부담을 줄이려는 유인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어렵다"며 "상속·증여 시점의 순자산가치를 최소 평가 기준으로 도입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가업상속공제 강화에 이중 압박, 승계 전략 변화 '불가피'

같은 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6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늘었지만,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 요건이 10년에서 30년으로, 사후관리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강화됐다.

대상 업종도 1천205개 표준산업분류 중 727개로 좁혀지면서 프랜차이즈·부동산임대업 등은 아예 제외됐다.

저PBR 상태가 오래 지속된 데다 30년 경영 요건까지 채우지 못하는 상장기업 오너라면, 주가 누르기 방지 조항과 가업상속공제 문턱 강화라는 두 가지 장벽을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이번 개정은 상장기업의 승계 전략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업계 중론이다. 저평가 상태를 유지한 채 승계 시점을 기다리는 기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등으로 기업가치를 정상화하는 쪽이 세제상으로도 유리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세제 개편안 설명하는 구윤철 부총리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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