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폭 과하다"는 한목소리…주가 회복 '속도'에 눈높이 갈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코스피 급락을 놓고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의 진단이 갈리고 있다.
낙폭이 과하다는 데는 한목소리지만, 외국계는 수급이 풀리면 곧 되돌아온다며 목표치를 지켰고 국내 증권사들은 깨진 신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눈높이를 낮췄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외국인 매도 물량의 대부분이 반도체 대형주 보유 한도 초과에 따른 기계적 매도였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대규모 매도로 반도체 보유 비중이 장기 평균을 밑도는 등 포지션이 비워진 만큼 되돌림 여지가 크다"며 현재 코스피가 펀더멘털(기초 체력) 대비 과매도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12개월 목표치는 12,000을 유지했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주식전략가는 "시장이 정당화되는 수준보다 더 부정적인 펀더멘털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메모리 경기,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경쟁 심화 등을 우려하지만 이러한 변수들이 장기 호황 시나리오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도 코스피 조정 이후 저가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가 6월 305억달러에서 7월 62억달러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강화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순매수 등 자금 흐름이 우호적이라는 점을 들어 올해 코스피 목표치 10,000~11,000선을 유지했다.
모건스탠리는 한발 더 나아가 코스피 투자 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올렸다. 목표치는 9천을 유지했다.
레버리지 청산이 상당 부분 반환점을 지난 만큼 앞으로는 기업 실적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업황 개선이 다시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무라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 5월 제시한 목표치 상단 11,000을 그대로 뒀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목표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연내 코스피 1만 돌파를 외쳤던 곳들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11,500에서 9,300으로 낮췄다. 목표 산정에 쓰는 반도체 주가수익비율(PER)을 과거 중앙값 8.8배 대신 7배로, 비반도체도 11배로 낮춰 잡은 결과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으로 "'초과수요 영구화'라는 서사의 훼손 자체는 회복이 불가능해 멀티플 상단 제약이 현실화됐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진 이상, 실적이 유지돼도 예전 수준의 배수를 다시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급락의 원인 자체는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반도체 쏠림의 반작용과 레버리지 청산이라며, 선행 PER 6배를 밑도는 극심한 저평가 구간인 만큼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것만으로도 9,300선 회복이 가능하다고 봤다.
신한투자증권도 하반기 목표치를 11,000에서 8,800으로 내렸다. 컨센서스 이익 전망은 그대로지만, 시장이 그중 얼마를 가격에 반영해주는지를 뜻하는 '수용률'이 100%에서 60%까지 떨어진 점을 목표치에 반영했다.
AI 투자 지속성과 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연말까지도 20%의 불신은 남는다고 전제한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17년에도 주가가 정점을 지난 뒤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8개월 더 올랐고, 2021년 사이클에서는 주가 정점이 EPS 정점보다 17개월 빨랐다"며 "EPS가 아직 오르니 주가 하락이 틀렸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익 전망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목표치를 붙들고 있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양측이 갈리는 지점은 급락의 원인이 아니라 회복의 속도다. 사실 이번 하락이 이익 훼손이 아닌 수급과 심리의 문제라는 진단 자체는 양쪽이 같다. 다만 외국계는 포지션이 비워진 만큼 수급만 정상화되면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다고 보는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호황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에 금이 간 이상 시장이 예전 수준의 배수를 다시 주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 낙폭이 과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간극이 언제 메워지느냐를 두고 눈높이가 갈린 셈이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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