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반도체 종목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비중 축소를 권했던 은행권이 최근 다시 비중 확대 전략으로 돌아섰다.
주가 급등기에는 고객에게 차익 실현과 투자처 분산을 주문했지만, 한 달 새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 전략을 튼 것이다.
다만 대표지수·채권혼합형 상품도 전면에 배치하며 반도체 쏠림에 대한 경계는 풀지 않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대형 시중은행은 지난주 진행한 월간 자산관리 전략 회의에서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비중 축소'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 은행은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반도체 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의 자산관리 전략을 영업점에 공유했다.
관련 ETF를 보유한 고객 대부분이 수익권에 있었던 만큼 이익 실현을 고려하고, 만기·자동매도·환매로 회수된 자금은 반도체 ETF에 다시 넣기보다 코스닥이나 다른 섹터와 연관된 상품으로 분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을 경우 현금으로 보유하더라도 반도체 비중을 낮추는 데 무게를 뒀다.
다른 은행 역시 이달 월간 투자전략에서 반도체 종목의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며, 조정 시 비중 확대를 권유했다.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지난 6월 전략에서는 상승 추세 속 조정 가능성을 살피며, 차익실현 의견을 제시했었다.
이렇듯 투자 전략이 달라진 배경에는 반도체 대형주의 가파른 주가 조정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9일 장중 37만4천5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29일에는 장중 18만9천200원까지 밀렸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49.48% 하락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조정 폭은 더욱 컸다. 지난 6월 25일 장중 298만7천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29일 124만6천원까지 떨어지며 고점 대비 58.29%의 낙폭을 기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6월 말부터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한 달 새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 가격대에서는 비중을 다시 늘려도 된다고 판단했다"며 "상반기 내내 상승세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당시에는 가격 부담을 덜어낼 필요가 있었지만, 최근 조정으로 투자 매력이 다시 높아졌다고 봤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앞서 비중 축소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반도체 ETF로의 고객 자금 쏠림도 있었다. 상반기 반도체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관련 상품의 판매 잔액이 빠르게 늘었고, 일부 상품은 은행이 위험 등급별로 설정한 내부 판매한도에 근접하기도 했다.
실제로 또 다른 시중은행은 지난 3월 중순 'TIGER 반도체TOP10'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SOL AI반도체TOP플러스'도 지난 6월 초와 말 두 차례 판매가 중단됐다.
특정 섹터에 별도의 한도를 둔 것은 아니지만, 고객 자산 모니터링 과정에서 상품별 판매한도 초과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였다.
다만 이번 비중 확대가 포트폴리오의 무게추를 반도체로 완전히 옮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분산투자 기조는 유지하되, 주가 급락으로 가격 매력이 높아진 만큼 앞서 덜어냈던 반도체 비중을 일부 되돌리는 전략에 가깝다.
은행권의 월간 상품 가이드에서도 이러한 분산투자 기조가 나타난다. 국내외 대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비롯해 주식과 국채를 함께 담은 혼합형 상품, 국내 밸류업 기업과 미국의 장기 경쟁우위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 등이 포함됐다.
반도체의 가격 매력은 인정하면서도 대표지수와 채권, 투자 지역과 전략을 다변화해 변동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6월 말부터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한 달 새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 가격대에서는 비중을 다시 늘려도 된다고 판단했다"며 "상반기 내내 상승세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당시에는 가격 부담을 덜어낼 필요가 있었지만, 최근 조정으로 투자 매력이 다시 높아졌다고 봤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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