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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글로브] 다시 소환된 마이런 보고서

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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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구체적인 엔화 매입 규모를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올해 들어 줄곧 하락해(달러-엔 환율은 상승) 지난 2024년 저점마저 밑돌자 양국의 외환당국이 결국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3일까지 3영업일 연속으로 총 12조~13조엔 규모(약 107조~116조원)의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실시한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재무부는 이례적으로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샀다.

양국의 개입은 '엔화 매수' 공동 개입 기준으로는 지난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공동 개입'이라는 행위 기준으로는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엔화가 지금과 달리 급격한 강세를 보였던 탓에 양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사는 개입을 실시했다.

미국과 일본은 올해 초에도 외환시장에서 협력의 조짐을 보였었다. 일본 조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식품 소비세 감세를 언급해 재정 우려가 커진 데다 일본은행이 금리 동결 이후 인상 시그널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자 일본 국채금리가 오르고 달러-엔 환율이 160엔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1월 말 미국 재무부는 실개입 전단계로 시장 참가자에 환율 수준을 묻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해 일본발 충격이 미국에 전이되는 것을 저지하고자 했다. 후에 알려진 얘기지만 당시 레이트 체크는 일본 측의 요청이 아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주도로 시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입의 경우 환시에서 실제 매매가 진행됐다는 점이 당시 레이트 체크와 다르지만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 1월 베선트 장관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해 개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결코 그런 일은 없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레이트 체크를 했다는 말이 시중에 돌고 있다는 말에 "우리는 강달러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말 외에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번 개입 때 베선트 장관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금요일(7월 31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 조치로 무질서한 엔화 움직임에 대응했다"며 "미국 재무부는 일본 재무성 및 일본은행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추가적인 공동 개입이 필요할 경우 주저 없이 참여할 것"이라며 추가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었고,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일본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속내는 사실 '자기 보호'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이 독자적으로 엔화 약세 방어에 나설 경우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또 한편으로는 그간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 온 미국의 환율 정책이 변화를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스티븐 마이런(Stephen Miran)의 논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마이런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과 연방준비제도(FRB) 이사를 역임한 핵심 경제 참모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 이른바 '마이런 보고서(당시에는 미란 보고서로 불렸다)'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사저 이름을 딴 다자간 통화협정인 '마러라고 합의' 구상을 제시했다.

달러가 국제결제, 외환보유액, 안전자산 수요로 인해 실제 펀더멘털보다 고평가돼 있으며, 그 결과 달러 강세가 미국 제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보고서의 출발점이 됐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 내용 중 일부 발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공동 개입의 주역이었던 베선트 장관이 '필요하다면 추가 개입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마이런 논문의 발상과 맞닿아 있으며, 제조업 부흥을 원하는 트럼프의 의중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마이런은 보고서에서 자국 통화를 방어하는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팔지 않아도 되도록, 연준이 미국 장기 국채를 담보로 개입 자금에 필요한 달러를 빌려주는 구상을 제시했다(그림3).

실제 이번 개입에서 일본 재무성은 연준의 외국통화당국(FIMA)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기구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베선트 장관은 "FIMA 레포는 중요한 안전망으로, 향후 몇 달 안에 그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IMA 레포를 이용하면 미 국채를 직접 매도하지 않고도 엔화 매수 개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개입으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해하는 거래에 적극적으로 저지하려는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며 미국의 '외환 행동주의(currency activism)'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고 전했다.

미국 외환 정책의 변화이든 아니든 일단 당장 우리나라에는 크게 나쁠 건 없어보인다. 지난 6월 초 한때 1,560원을 넘었던 달러-원 환율이 최근 달러-엔 하락에 발맞춰 한때 1,410원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고환율에 시달리던 당국은 한시름 놓게 됐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이러한 미·일 양국의 노력에도 엔화 강세의 약발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일본의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고 일본은행이 뚜렷한 긴축 행보를 보이지 않는 한, 엔화는 다시 약세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7일 현재 달러-엔 환율은 158엔대로 복귀한 상황이다.

향후에도 환시 변동성을 키울 재료가 산적해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17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60일 휴전에 합의했는데 오는 16일쯤 기한이 만료된다. 이후 시계는 안개 속이다.

오는 27~29일에는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이 참석하는 잭슨홀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이 열린다. 시장과의 소통을 줄여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여름이 끝난 이후에는 중간선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질 것이다. 변곡점에서 미·일 양국이 금융 공조 체제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jhmoon@yna.co.kr

문정현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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