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채소 가격 급등하고 어류 폐사 속출…세계 식량가격도 고공행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난달까지 안정세를 보였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위에 취약한 잎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고 있는 가운데 양식어류의 폐사가 속출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례적인 고온에 세계 식량가격도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8월 소비자물가에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고온에 따른 물가 상승)이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시금치 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1천978원으로 전월보다 132.2% 급등했다.
열무 1㎏의 평균 소매가격도 4천110원으로 전월 대비 73.9% 올랐다.
적상추(42.2%)와 청상추(40.5%), 깻잎(23.0%), 얼갈이배추(63.5%) 등 다른 잎채소류의 가격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달 말부터 전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출하량이 줄어 채소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금치와 열무, 상추 등 잎채소는 더위에 취약하고 저장 기간이 짧아 산지 출하량 변화가 소비자가격에 빠르게 반영된다.
극한 폭염이 바다까지 달구면서 수산물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이 발표한 '7월 5주차 주간 수산물 동향'에 따르면 고등어(1kg)의 평균 경락 가격은 2천800원으로 전년 대비 47.37% 올랐다.
갈치(1kg) 역시 1만6천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53% 뛰었다.
양식장에서는 집단 폐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올해 들어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총 45만마리에 달했다.
닭, 젖소 등 가축들도 폭염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폐사가 증가할 경우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안=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충남 서해안 일대에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6일 충남 태안의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어류를 건져내고 있다. 2026.8.6 [공동취재] utzza@yna.co.kr
이처럼 폭염 영향에 농축수산물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이른바 히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달 들어 폭염에 따른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 농축수산물이 8월 소비자물가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농축수산물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에서 상대적으로 가중치가 큰 품목이다. 농축수산물은 전체 가중치(1,000)에서 75.6을 차지한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주시하는 생활물가지수 구성 품목에는 시금치, 상추, 깻잎, 닭고기, 계란, 고등어 등 농축수산물이 대거 포함돼 있다.
쉽게 말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뛰면 지난달 2.5%까지 둔화했던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8월에는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7월 2.8%를 기록했던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도 8월에는 다시 3%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K텔레콤의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가 물가를 0.6%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개선세에 따라 개인서비스 등에서 수요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나타날지도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폭염발(發) 농축수산물 물가 충격이 가공식품, 외식 등 다른 품목으로 전이될 경우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전망치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최지욱 스테이트스트리트마켓 상무는 "8월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는 작년 8월 SK 텔레콤 요금 인하에 따른 기저효과로 모두 전년 동월비 3.3~3.4%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7월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폭염을 감안할 때 소비자물가에는 상방 리스크가 더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이어지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은 채소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며,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 상승률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폭염 등 이상기후를 물가 상방 리스크로 지목하고 역대 최대 규모 농축수산물 전품목 할인행사를 8월에도 지속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상기후에 대응해 채소류·양식어류 등 폭염·폭우 민감 품목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식품업계와 소통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류·원재료 수급 등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히트플레이션 우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31.1로 전달 130.3보다 0.6% 상승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0% 올랐으며, 2023년 1월(13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FAO는 최근 이례적인 고온과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에서 비롯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식품 가격을 상승시켰다고 분석했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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