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맥스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일본이 이례적으로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개입 배경과 엔화 강세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급격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환율 안정 조치지만, 단순한 엔화 방어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누적된 레버리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엔화가 어느 수준까지 강해지느냐보다, 그동안 엔화 약세를 전제로 구축된 글로벌 투자 포지션이 얼마나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느냐다.
◇ 미·일 공조 개입에 엔화 강세…"금융시장 안정 노린 선제조치"
9일 연합인포맥스 해외 주요국 외환시세(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달러-엔은 지난달 23일 장중 163.986엔까지 오르며 164엔에 육박해 엔화는 40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과 31일 달러-엔은 대폭 하락하며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달러-엔은 지난 3일 한때 155엔대까지 밀렸다.
미국과 일본이 이례적으로 공동 시장 개입에 나선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는 단순한 엔화 가치 방어 조치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일본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아시아 통화가 엔화와 연동돼 있다"며 "1990년대 아시아 통화 위기는 엔화가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며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즉, 엔화의 과도한 약세가 다른 아시아 통화의 경쟁적 절하를 촉발해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어 미국이 개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갑작스러운 청산 가능성을 막으려 했다는 점도 미국의 엔화 개입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엔화 가치가 계속 추락하면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 일본은행(BOJ)은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가 무질서하게 청산되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우려가 생긴다.
캐나다계 대형 자산관리 기관인 웰링턴-알투스의 제임스 손 최고투자전략가는 지난 4일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오늘날 (베선트가) 당국의 위치에 서서 무질서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현대판 LTCM' 사태로 번지기 전에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LTCM은 미국 유명 헤지펀드로, 차익거래를 주요 전략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러시아 국채 디폴트 등에 파산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엔 캐리 청산이 나오게 되면 특히 미국 국채에서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동된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하게 되는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정치적 부담 요인을 차단하려 했을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5.28%로까지 오르며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바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일본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나선 것은 "미국이 일본에 큰 호의를 베풀면서 미국 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엔 급등 영향도 주목…"시한폭탄 될 수도"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으로 엔화 약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시장에서는 엔화 단기 급등이 엔 캐리 트레이드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차입해 미국 등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는 오랫동안 캐리 트레이드의 펀딩 통화 역할을 해왔으며, 글로벌 위험자산의 주요 유동성 공급원 중 하나였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때는 금리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지만,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투자자는 환차손을 입고 기존 포지션을 청산해야 할 우려가 생긴다.
현재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본 밖 거주자의 엔화 표시 신용 규모는 65조6천억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이 지표는 일본 밖 비은행 거주자의 엔화 표시 은행대출과 국제채권 규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2024년 8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당시 증가율이 둔화하는 등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실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이 중 일부 캐리 목적으로 활용된 부분과 FX 스왑 등 부외 거래를 통해 형성된 엔화 차익 익스포져를 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문제는 많은 투자자가 동시에 같은 거래를 되돌릴 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자산 매도와 엔화 매수가 동시에 나타나면 엔화 강세가 더 가팔라지고, 추가 손절매와 증거금 납부 요구가 다시 자산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번 미·일 공동 개입이 시장의 우려를 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동 개입 자체가 엔 캐리 포지션을 즉각 청산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는 미국과 일본 당국이 엔화 약세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엔화 약세 지속'이라는 전제가 흔들릴 경우 투자자들은 그간 엔화를 통해 투자했던 위험자산을 매도하며 엔 캐리 포지션을 되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미즈호의 비슈누 바라탄 아시아·태평양 거시전략 총괄은 "이번 공동 개입은 투기적 엔화 매도세와 엔 캐리 트레이드 모두에 대한 억지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BCA리서치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하며, 엔화가 급격히 반등하거나 글로벌 위험자산이 급락할 경우 대규모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CA는 캐리 트레이드의 위험은 금리 차이 자체보다 투자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포지션을 구축한 상황에서 시장 방향이 바뀔 때 발생하는 강제 청산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중앙은행 역시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캐리 트레이드가 평상시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순간 수익 구조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4년 엔화를 빌려 멕시코 페소에 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했던 투자자들이 멕시코 대선 이후 페소화가 약세를 보인 데 이어 BOJ의 예상 밖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엔화 기반 캐리 포지션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던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금리 차이는 비교적 천천히 움직이는 반면 환율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어, 캐리 트레이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결국 환율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즉, 캐리 트레이드의 핵심 위험은 금리 차익이 환율 변동 한 번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주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라일리웰스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전략가는 2024년 엔 캐리 청산 당시 포지션 정리가 "번개 같은 속도"로 진행됐다며 청산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장 변동성을 계속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jykim@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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