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공동 매수 개입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저금리로 조달한 엔화가 주식과 가상자산 등 전 세계 위험자산에서 동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졌다.
◇ 2년 전 무슨 일이
9일 금융시장엔 2년 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와 비슷한 우려가 소환됐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2024년 7월 31일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하자 엔화 가치가 급반등한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 부진이 겹치면서 다음날인 8월 1일 닛케이지수가 2%대 급락했고 연이어 2일 5%대와 5일 12%대 각각 추가로 내렸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8월 2일 3%대 하락한 데 이어 다음 거래일인 5일 8%대 낙폭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충격은 더 컸다. 비트코인은 2024년 8월 5일 장중 15% 넘게 급락하며 한때 50,000선을 깨고 내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7월 말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20%가량 하락한 점을 거론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마진콜에 직면해 겉보기에 무관한 자산의 포지션까지 정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톤엑스의 거스 개로 선임 매니저는 투자노트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경우 미국 기술주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로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마지막으로 청산되기 시작했을 당시 나스닥100을 급락시킨 매도세를 언급했다.
그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거래가 주식 보유자들에게 불리하게 돌아서면 투자자들은 빠르게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평가된 기술주는 가장 쉽게 매도할 수 있는 자산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쿄에서 시작된 환율 움직임이 몇 시간 뒤 미국 주식시장 전반의 디레버리징 물결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맥쿼리 역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변동이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1998년에 얻은 교훈은 공동 개입이 달러-엔 환율을 낮추는 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큰 폭의 환율 하락을 만들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대규모 청산이라는 추가 촉매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2026년에는 그 불쏘시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 2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일부 여건은 달라"
LSEG가 집계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6월 하순 기준 투기 세력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113억달러로,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한 2년 전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CFTC의 비상업 부문 순포지션은 수출입 등 실수요 목적 거래를 제외한 투기적 성격이 강한 시장참가자들의 엔화 매수·매도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선물시장 포지션과 은행권 대출 잔액만으로는 실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일부는 2년 전과 비교해 시장 여건이 달라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우선 우려를 촉발한 방아쇠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2024년에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 전환이 직접적인 촉발 요인이었다면 이번에는 외환시장 공동 개입이 일차적 계기가 됐다. 금리 인상은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비용을 직접 높여 투자자들의 포지션 재조정을 압박하지만,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을 되돌리는 데 그칠 뿐 차입 여건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엔화가 아직 추세적인 강세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1%로 인상된 BOJ 기준금리는 1995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3.50~3.75%와 비교하면 양국 금리 차는 여전히 2.50%포인트를 웃돈다. 시장 일각에서는 막대한 정부 부채 부담 탓에 BOJ가 공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서기 어렵다고도 보고 있다.
미일 환시 공동 개입에 따른 즉각적인 시장 반응도 2년 전과는 차이가 났다. 개입 이후 아시아 증시 전반은 혼조세를 보였고, 비트코인은 7월 31일 3% 하락해 62,000달러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우상향해 64,000달러대를 회복하는 등 2년 전의 급락세는 보이지 않았다.
외환닷컴종합연구소의 간다 다쿠야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엔화 매도 요인이 많다"며 "미일 금리 차가 해소되지 않았고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에 대한 경계감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mjlee@yna.co.kr
이민재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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