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청주서 D램·낸드 생산시설 추가 건설
"AI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
출처: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경기도 용인과 충북 청주에서 새로운 메모리 팹(공장)을 짓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메모리 매출 공식을 변화시키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적은 물량을 비싸게 판다'에서 '적당한 물량을 적당한 가격에 판다'로 전략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메모리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움직임이다. 또한 메모리를 탑재한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계열사의 입장도 계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용인 35조·청주19조, D램과 낸드 생산 확충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용인 Y2와 청주 M17 팹 건설에 각각 35조2천억원, 19조1천억원 등 54조3천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용인 Y2는 회사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총 4기의 팹 중 두 번째 팹이다. 연면적 34만평 규모의 D램 생산 거점이다. 내년 7월 착공해 2029년 6월 첫 번째 클린룸을 오픈할 계획이며,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비롯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한다. Y1은 내년 2월 클린룸 오픈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청주 M17은 낸드 플래시 생산 거점이다. 연면적 20만6천만평 규모로 구축되며, 내년 2월 착공해 2028년 12월 첫 번째 클린룸을 오픈할 예정이다. 투자 기간은 2031년 4월까지로, 사업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청주캠퍼스에는 낸드를 생산하는 M11·M12·M15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며 "선제적 생산 기반 확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AI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 최태원 "공급 늘려 가격 낮춰야"
SK하이닉스 측은 메모리 시장 안정화를 강조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메모리 가격은 내려가야 한다. 지금 가격은 비정상이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높은 메모리 가격 덕분에 기록적인 실적을 세워가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높은 가격이 반도체 기업에 나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메모리 가격으로 인해 스마트폰 등의 가격이 오르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자 반발에 부닥치게 되고, 해외 고객사와 각국 정부마저 견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과거 일본 반도체 산업은 미국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은 바 있다.
또한 메모리 업체의 높은 수익성이 오랫동안 이어질 경우 새로운 경쟁자가 생산에 뛰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격만 계속 올리고 공장을 짓지 않으면 시장이 줄고 새로운 참여자가 무조건 뛰어들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공급량과 시장 규모가 함께 커지면 전체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석이 제기됐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1년 사이 5배 상승해 공급사의 매출 총이익률이 범용 D램 기준을 이미 90%를 넘어섰다"며 "이 수준에서 추가 가격 인상은 이익률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고객의 가격 저항을 높여 단기 수요를 위축할 가능성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 SKT 등 그룹 계열사는 칩 구매하는 입장
SK그룹 차원에서도 지나치게 비싼 메모리 가격은 독이다. SK텔레콤[017670]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AI 가속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해지는 구조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신생 AI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SK하이퍼를 설립하는 등 사업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울산에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5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2035년까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만약 메모리 가격이 안정화되면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더 나은 수익성을 누릴 수 있다. SK텔레콤은 AI 가속기 업체 엔비디아와 함께 글로벌을 겨냥한 AI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메모리가 탑재된 엔비디아 블랙웰을 시작으로 AI 학습 및 추론을 지원하고, 올해 하반기 공급 예정인 최신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도 순차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AI 인프라와 사업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아시아를 대표하는 AI 클라우드 사업자 중 하나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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