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집값이 꿈틀댈 때마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본 지 오래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계부처를 불러 모으는 풍경도 이제 낯설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7박 11일의 미국·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당일 서울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그리고 무려 7시간 반 동안 도시락을 먹으며 부동산부터 챙겼다.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앞당기기 위해 행정조치뿐 아니라 금융·재정·규제 완화 방안까지 함께 찾으라고 주문했다. 나흘 뒤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도 전폭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놓고 6시간 넘게 머리를 맞댔다.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을 챙기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집값은 국민의 자산과 주거, 소비를 동시에 움직이는 가장 민감한 경제 문제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왜 집을 얼마나 지을지부터 돈을 어떻게 빌려줄지, 세금과 규제를 어떻게 바꿀지까지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를 해야 할까.
답은 주택정책이 만들어지는 구조에 있다. 공급은 국토교통부, 대출은 금융당국, 세제는 재정 당국이 맡는다. 그리고 재건축·재개발과 용적률, 인허가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크다. 정부 조직도로 보면 자연스러운 업무 분장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 조직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급을 늘리겠다고 해도 인허가가 늦으면 집은 지어지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한데 금융을 풀면 늘어난 돈이 기존 주택으로 몰릴 수 있고, 대출을 지나치게 조이면 실수요자의 구매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양도세와 보유세를 건드리면 매물과 임대시장까지 움직인다. 정부 안에서는 네댓 개의 정책이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하나의 집값 정책이다.
문제는 각 부처가 자기 일을 잘한다고 해서 전체가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국토부는 공급과 주거 안정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금융안정을 먼저 본다. 재정 당국은 조세 형평성과 세수를 고려하고, 지방정부는 도시계획과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를 먼저 살핀다. 어느 하나 틀린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각각의 합리적인 판단이 한꺼번에 시장에 들어오면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부처별 최적화의 합이 반드시 주택시장 전체의 최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도 주택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한 기관에 몰아놓지는 않는다. 미국에는 주택도시개발부(HUD), 영국에는 주택·지역사회·지방정부부(MHCLG)가 있고 싱가포르는 국가개발부와 주택개발청(HDB)을 중심으로 토지와 개발, 공공주택 공급을 강하게 연결한다. 물론 금융과 세제는 별도 기관이 담당하고 지방정부의 권한도 존재한다. 그러니 해외 사례가 말해주는 답이 '주택부 하나 만들면 집값이 잡힌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권한을 한곳에 몰아넣는 것보다 '주택'을 독립된 정책 영역으로 놓고 서로 다른 정책을 누가 지속적으로 조정할 것인지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그 역할이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결국 청와대로 올라온다. 대통령이 국토부와 금융·재정 당국을 한자리에 불러 공급과 대출, 세제와 규제를 동시에 들여다본다. 중앙정부의 힘만으로 부족하면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와 다시 조율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정치적 이해까지 엇갈리면 공급 대책은 계획 단계부터 속도를 잃을 수 있다.
위기 때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의사결정은 빨라진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서야만 비로소 하나의 부동산 정책이 만들어지는 구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강한 리더십의 증거인 동시에 상시적인 정책 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부동산 대책 하나를 더 얹는 것보다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별도의 주택 전담 부처가 답일 수도 있고, 청와대나 총리실 아래 강력한 상설 조정기구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 조직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가 공급대책을 내놓고 금융당국이 뒤이어 대출을 손보고 다시 재정 당국이 세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시장 전망과 목표를 놓고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과 금융, 세금과 도시계획은 결국 하나의 가격에서 만난다. 대통령의 입 없이 정부의 주택정책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시스템은 불가능할까. 어쩌면 그것이 또 하나의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부동산 정책일지 모른다. 집값은 하나인데 정책이 따로 움직인다면, '망국적 부동산'과의 전쟁도 끝나기 어렵다.(경제부 정치팀 차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 단지의 모습. 이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수도권 공급 대책을 논의한다. 2026.8.7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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