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진 제공]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외환시장 개입은 돈이 많다고 성공하는 게임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실탄'을 쏟아부어도 시장의 큰 방향과 맞서면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살짝 밀어주면 적은 돈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일본 외환 당국은 지난 4월 30일 달러-엔 환율이 160엔선을 웃돌자 대규모 개입을 했다.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정부가 환시에 개입한 규모는 총 11조7천349억엔(111조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달러-엔 환율은 당시 154엔대로 내려가는가 싶더니 바로 방향을 틀어 지난 달 23일 164.986엔까지 급등했다. 지난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 보는 숫자였다. 100조원이 넘는 달러를 투하하고 나온 결과였다.
일본은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지난 7월 30일과 31일 막대한 달러를 투하했다. 이 기간에 달러를 팔고 엔을 사들인 규모만 약 15조엔 안팎으로 추정된다. 130조원이 넘는 규모다. 미국도 유로를 매도하고 엔을 사들이는 형식으로 측면 지원했다.
이후 달러-엔 환율은 지난 7일 뉴욕장에서 또 한 번 무너졌다.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와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의 발언 때문이다.
가타야마 재무상의 발언 시점이 묘했다. 7월 비농업 고용은 전달 대비 2만3천명 감소해 시장 전망치(+8만명)를 크게 하회했다.
고용보고서가 나온 것은 미 동부시간 8시 30분. 정확하게 4분 후 외신을 통해 가타야마 재무상의 일 NHK 방송사 인터뷰 발언이 전해졌다. 필요하다면 미국과 "주저 없이" 환시에 개입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158엔 초반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엔 환율은 순식간에 156엔까지 굴러떨어졌다.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강세였다.
일반적으로 백악관은 발표 하루 전 고용보고서 자료를 받는데, 이를 통해 일본과 교감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니라면 강한 고용보고서를 가정하고 엔 약세를 경계해 발언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가타야마 재무상은 고용 보고서 발표 이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NHK 방송 인터뷰를 인용한 외신 기사를 게시하며 재차 환시에 경계감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2년 전과 비슷하다.
일본은 지난 2024년에 대규모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4월 29일에 5조9천185엔 규모, 5월 1일에 3조7천700엔 규모로 개입했다.
외환시장에 10조엔에 가까운 달러를 투하하자, 달러-엔 환율은 160.207엔에서 151.861엔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3일천하'였다. 10조엔이 무색하게도 달러-엔 환율을 정말 3거래일 만에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개입을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중기 방향성 자체를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은 다시 7월 11일 3조1천678억엔, 12일 2조3천670억엔 등 이틀 동안 총 5조5천348억엔 규모의 달러를 투입했다. 앞선 개입의 절반을 조금 넘는 규모였다.
그런데 효과는 오히려 훨씬 강했다. 160엔을 웃돌던 달러-엔은 이후 두 달간 대체로 내림세를 이어가며 한때 140엔 아래까지 내려갔다. 절반의 '실탄'으로 훨씬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두 개입의 차이점은 미국 지표다. 2차 개입 시기에는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오르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알다시피 미국은 그해 9월 '빅 컷'(정책금리 50bp 인하)을 단행했다.
올해 7월 고용보고서의 경우 실업률은 전달 대비 0.1%포인트 내려갔지만, 비농업 고용이 시장의 기대를 크게 하회하면서 달러에 약세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2024년과 똑같은 결말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하나가 부족하다. 물가다.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여전히 3%를 웃돈다. 2024년 여름처럼 고용과 물가가 동시에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리키는 상황이 아니다. 고용은 금리 인상을 막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물가는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4년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성공시킨 마지막 퍼즐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이었다. 2026년에도 결국 답은 같다. 엔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도쿄의 개입 버튼이 아니라 미국의 물가다.
고용보고서가 나온 날, 미 국채는 결국 고용보고서발(發)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채 마무리됐다. 예상 밖 고용 감소에도 시장은 끝까지 금리 하락에 베팅하지 못한 것이다. 고용 충격만큼이나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결과가 달러-엔 시장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jwchoi@yna.co.kr
최진우
jwchoi@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