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현장에서] 김정관·김영훈의 '반도체' 격론…그래서 답은 뭘까

26.08.10.
읽는시간 0

'반도체 초과이익' 논란 이어 주 52시간 두고 맞붙은 두 장관

김영훈 "주52시간 예외 없어도 실적 좋아"…김정관 "中은 자정 근무"

반복되는 의견 대립…소통이라지만 '교통정리' 될 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격론'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반도체 호황을 두고 산업 경쟁력과 성과 분배, 노동시간을 둘러싼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다.

시작은 '반도체 초과이윤 분배' 논란이었다. 김영훈 장관이 먼저 지난 5월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원청 정규직뿐 아니라 협력업체부터 지역사회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성과를 나눠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면 김정관 장관은 반도체 기업이 거둔 이익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할 때라며 사실상 반대편에 섰다.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두 장관의 논쟁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메가특구 내 주 52시간제 특례를 놓고 다시 불붙었다.

김영훈 장관은 주 52시간제 예외가 없어도 반도체 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근로 시간 특례가 산업 경쟁력에 꼭 필요한 조건인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정관 장관 발언의 수위는 한층 강해졌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필요성을 주장하며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에서도 불법이라 논란이 많은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를 거론하면서, 중국의 한 IT 기업 직원들이 '996'에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이보다 더한 밤 12시까지 일하는 방식을 자발적으로 도입했다는 일화를 언급했다.

두 김 장관의 잇따른 공개적인 의견 충돌 자체는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을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가진 장관들인 만큼, 이견을 내놓고 토론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견을 좁혀 중간 지점을 찾으려는 과정으로 이어지기보다, 양측의 주장이 경쟁적으로, 소모적으로 공론장에 던져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토론이 길어질수록 정책의 방향이 또렷해지기보다는 어느 장관의 말이 정부 입장인지를 놓고 피로감만 쌓일 수 있다.

앞선 반도체 초과이익 분배에 대한 양측의 의견 충돌도 특별한 결론이 났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할 '초과이익'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하지 않았다. 어느 수준부터 기업의 적정 이익을 넘어선 '초과분'으로 볼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분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앞서갔다.

'분배'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제각각이었다. 기업이 협력업체나 근로자 등과 자율적으로 성과를 공유하자는 것인지, 특별세 등 새로운 제도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추가로 거둬들이자는 것인지, 혹은 법인세 등 현행 세제를 통해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에 대한 것인지 서로 다른 논의가 뒤섞였다. 실제 부처 토론 과정에서도 '대체 초과이익이 무엇이냐'는 문제 제기가 반복됐다.

출발점도, 정책 수단도 다른 여러 논의가 '반도체가 번 돈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하나의 질문처럼 뒤섞이면서 정작 무엇을 논의하는 것인지부터 불분명해졌다. 여기에 산업부는 재투자를, 노동부는 성과 공유를 각각 강조하며 별도의 토론까지 이어갔지만, 정부 차원의 명확한 교통정리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소통을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다. 그러나 소통과 토론은 그 자체로 완결될 수 없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정책 목표를 확인했다면 쟁점을 좁히고 어느 지점에서 정책적 선택을 할 것인지까지 보여줘야 한다.

유례없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 그리고 반도체 외에 기댈 곳이 없는 한국 경제의 현실이라는 양면이 정부에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개별 부처 장관이 각자의 논리를 반복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정부가 하나의 답을 내놓을 차례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윤은별

윤은별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