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거래소 소집 회의서 운용사들 "불참" 재확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오는 9월 애프터마켓(장 종료 후 거래)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문제로 자산운용 업계와 신경전을 벌여온 한국거래소가 결국 연기 수순을 밟게 됐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운용사들을 불러 모아 애프터마켓 참여 의사를 최종 수렴했다. 당초 거래소에 애프터마켓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운용사들이 소집 대상이었다. 그 결과 두 차시 모두에서 운용사들은 애프터마켓에 모든 형태의 ETF를 내놓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소는 전날 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경영진 검토를 거쳐 향후 방침을 정리할 예정이다.
다만 거래소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보니 사실상 연기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애프터마켓 참여는 운용사의 신청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안에 관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신청을 거부하면 거래소로선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거래소 애프터마켓에서 ETF 거래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를 계기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거래소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7월 30일 연합인포맥스 단독 송고한 '패닉에 빠진 여의도…'퇴근길 ETF 거래' 없던 일로' 제하의 기사 참고)
거래소가 전날 오후 급히 회의를 열어 운용사들의 참여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프터마켓 신설(9월 14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사실상 이번 주가 결정 시한이어서다.
운용사들이 애프터마켓 참여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변동 위험이다. 애프터마켓에선 추정 순자산가치(iNAV)가 제공되지 않고 설정·환매도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운용사가 신청한 ETF 종목들에 한해서는 LP들로 하여금 호가 스프레드를 관리하도록 요구했다. 설정·환매로 ETF 물량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서 LP가 계속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하면 손실 위험이 커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대로 애프터마켓에서 설정·환매가 가능해질 경우 운용사는 정규 거래시간 때 만큼의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가격 위험을 줄이자니 인력 부담이 크고, 설정·환매를 막아두자니 가격 위험을 감수해야 한단 게 운용사들의 지적이다.
여론도 부담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참여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론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다른 운용사와 달리 나 홀로 참여할 경우 비판이 집중될 수 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애프터마켓 도입 강행 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같은 리스크(위험) 사례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거래소가 이처럼 무리하게 추진하는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이 불참을 고수한 데에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운용사의 주된 수익원은 ETF 순자산에 연동되는 운용보수여서, 거래시간이 늘고 매매가 활발해진다고 수익이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저녁 시간대 인력과 시스템 운영 비용 등 부담은 큰 폭 늘어난다.
다만 증권사 LP들은 운용사들과는 온도 차를 보였다. 운용업계 논리처럼 애프터마켓에서 설정·환매가 안 된다고 손실 위험이 커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한 증권사 임원은 "호가 스프레드는 매수·매도 가격의 차이여서 iNAV와 직접 관련이 없고, LP는 자체 산출한 iNAV를 토대로 두 호가를 함께 조정할 수 있다"며 "LP가 보유한 물량이 모두 팔리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전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가격 관리가 가능한 종목만 거래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혹시 모를 추진 가능성에 대비해 인프라를 마련해 둔 상황이었다.
지난 7일에는 코스콤을 통해 운용사들에 '코스콤에서 산출한 iNAV 데이터를 운용사 내부 참고용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희망 여부를 취합했다. iNAV 산출 관련 운용사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보완하면서, 업계만 수용한다면 언제든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 셈이다.
거래소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나섰던 건 선점 경쟁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플랫폼은 투자자와 거래량을 먼저 확보한 시장이 우위를 점하는 선점 효과가 크다. 앞서 넥스트레이드가 프리마켓을 선점하면서 거래량을 대폭 흡수했던 만큼 거래소로선 애프터마켓에서만큼은 주도권을 먼저 쥐어야 했다.
내부적으로 ETF 없는 애프터마켓은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ETF가 국내 증시의 핵심 축으로 성장한 만큼 이를 제외하면 거래시간 연장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여론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으로 투자자 보호 요구도 한층 거세진 상황"이라며 "운용사들이 공통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무리하게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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